로마 벼룩시장과 추위에 쫓겨 들어간 L’Arte del Pane.
로마 벼룩시장과 추위에 쫓겨 들어간 L’Arte del Pane. 예상치 못한 핫초코의 반전.
일요일 아침, 로마 벼룩시장과 추위에 쫓겨 들어간 L’Arte del Pane. 예상치 못한 핫초코의 반전.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 핫초코에 감동받을 줄이야.
일요일 아침, 트라스테베레에서 열리는 로마 최대의 벼룩시장 ‘포르타 포르테세’에 다녀왔다.
“일찍 가야 좋은 물건 건진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너무 부지런을 떤 게 문제였다.
아침 공기가 너무 차가워서 내 어깨는 알아서 올라가 있었고, 몸은 점점 ‘내려가기’를 포기했다.
한 손엔 장갑, 다른 손엔 지도, 다리는 이미 진탕 걸어버렸고...
그 순간 보였다. 따뜻해 보이는 카페. 이름은 ‘L’Arte del Pane’.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살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뜨끈한 난방, 따뜻한 빵 냄새, 그리고 웨이터가 전혀 없는 자유로운 구조.
주문하면 음료를 테이블까지 날라주는 그 어색함 따윈 없고,
“알아서 드세요~” 하는 이 느긋한 분위기. 너무 좋았다.
카푸치노, 에스프레소, 피자 한 조각, 그리고 핫초코.
우리는 그날 아침, 배고픔과 추위를 한 번에 해결해줄 최고의 조합을 만났다.
그중 단연 인상적인 건, 바로 핫초코.
아니, 이건 음료인가 디저트인가.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할 것 같은 수준의 꾸덕함.
"그때의 핫초코 맛을 지금 떠올려보면… 딱, 여행지에서 얻는 위로의 온도였다."
초콜릿 무스인지, 컵에 든 브라우닌지, 잠시 혼란이 왔다.
당도는 낮았고, 진함은 깊었다. 그리고 마음도 함께 녹아내렸다.
원두는 ‘라바짜’. 특별할 건 없지만, 따뜻하고 익숙한 맛.
이 날의 기억은 커피보단 분위기, 그리고 핫초코가 다 했다.
게다가!
머리에 크리스마스 머리띠를 쓴 직원들이 파네토네를 진열하며 흥얼거리는 장면,
이건 마치 로마판 ‘겨울왕국’의 비하인드 컷 같았다.
어쩌면 그들에겐 일상이었겠지만, 나에겐 영화 속 한 장면이었다.
그날 나는 깨달았다.
"여행지에서 기억에 남는 건 맛보다도, 그 맛을 먹던 순간의 공기라는 걸."
피곤하고 춥고 어리둥절했던 아침이,
핫초코 한 잔과 머리띠 하나로 이렇게 따뜻해질 수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