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절.GO

인생 절반의 시점에서 내 삶에 외치는 말, GO

by 인절미

몇 살까지 살지는 모르겠으나 내 조상의 수명을 고려할 때 90살까지는 살 것 같다.

오래 살고 싶다거나 이 세상이 좋아서 머물고 싶다는 감각이 아니라, 그저 내 나이쯤 되면 인생의 절반을 살아온 시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운동 경기에서 치열한 전반전이 있었다면 잘 마무리 된 후반전을 기대하듯이 내 삶의 절반을 기점으로 후반전을 어떻게 살지 고민하고 있다.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에 대한 작전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경기의 결과와 평가가 달라진다.

호승심이 강하고 탁월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달려온 나의 전반전은 누구보다 치열했다. 24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노력했고, 내게 주어진 자원을 최대로 끌어 올려서 사용했다. 치열한 전반전을 치르고나니 나의 강점과 약점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었고 나름 주변의 인정과 기대를 받는 사람이 되었다.


운이 좋게도 어린 시절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 현재의 직업이 되었고 20대에 열렬히 사랑했던 남자와 결혼해서 살고 있다. 가끔은 왜 이 따위 직업을 갖고 싶어 했을까 의아할 정도로 힘들 때도 있고, 젊은 시절 이 남자에게 빠진 어리석음을 한탄할 때도 있지만 나의 전반전은 행운이 가득한 시간이었음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나는 여전히 내 삶의 나머지 시간을 살고 싶기 때문이다. 더 정직하게 말한다면, 내 삶의 남은 시간은 전반전에서 얻은 성취를 바탕으로 더 멋지게 살아내고 싶다.


내 삶의 후반전을 준비하면서 나의 바람은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이다.


상황은 별로 좋지 않다.

전반전을 치열하게 살아내느라 체력을 끌어 쓴 탓에 건강 체질이라고 자부했던 체력은 거의 바닥이다. 특히 두 번의 제왕절개 이후 근력을 키우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 다시 운동을 시작해야 하는데 결심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인생을 몰랐기에 꿈꾸던 직업을 가진 것 치고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형편도 아니다. 그렇다고 성과에 따라 물질적 결산을 받을 수 있는 직업도 아니어서 아무래도 부요함이 후반전의 강점이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름 전문직종이라고 하지만 인구감소로 인해 전반전에 쌓은 지식과 노력이 끝까지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그렇다고 인생 대박의 역주행을 기대하기에는 요즘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살펴볼 만한 재치와 참신함이 있다고 자부하기 어렵다. 오히려 '꼰대'로 불리기에 적당한 성실성과 융통성 없음이 내재되어 있다.


정리하고 보니, 90살까지 살 것이 막막하다.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어른은 상황에 대해 현명하게 통찰하며 나이가 들어도 열정과 탁월함을 바탕으로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다.

알고 있으나 꼭 필요한 순간이 아니면 가르치려 들지 않고, 한 마디를 천금과 같이 조언할 수 있는 사람이다.

고가의 명품을 모으지는 않으나 기품있는 행동과 품위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다.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서 배울 줄 아는 겸손을 지니고 만나는 사람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다정함을 지닌 사람이다.

불의한 상황에 분노하되 소시민적인 분풀이를 하지않고 대의를 위해 움직일 수 있는 수치와 용기를 아는 사람이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지갑을 열어 베풀 줄 아는 넉넉함을 지니고 약한 자에게 인색하게 굴지 않는 사람이다.


원하는 '좋은 어른'의 조건을 기록하고보니, 전반전에서 일궈놓은 성과와 능력을 바탕으로 치열하게 성찰하며 살면 가능할 것 같다.


인생의 절반의 지점에서 GO를 외쳐본다.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자, 되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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