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이 심판하는 무대
스카라무슈: 호르몬이 심판하는 무대 (1화)
어둠이 극장에 깔렸다.
운명의 무대 위. 두 개의 그림자가 멈춰 있었다.
"이제 시작이야!"
샬럿. 그녀가 차갑지만 영롱한 눈빛으로 다짐했다. 복수심으로 빛나는 눈이었다.
다른 쪽, 마르첼로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말없이 객석을 응시했다. 노련함 대신 깊은 침묵만이 그에게서 묻어났다.
이곳은 '스카라무슈' 콩쿠르.
상상 이상의 거금이 걸려 있다. 그러나 그 목적과
주최자는 커튼 뒤에 숨겨져 있었다.
그리고 이 무대에는 지난 백 년간 음악계를 지배했던 엘리트 심사위원들이 없다.
2층 R석. 음악잡지 기자 애티커스가 손목을 들여다봤다.
그의 손목에 착용된 기기는 네 가지 감동 호르몬을 측정 중이었다. 옥시토신, 세로토닌, 도파민, 엔돌핀의 분비량이다.
그는 초조했다. 상기된 음성으로 동료기자에게 말했다.
"아, 그래프 막대가 오늘은 얼마나 올라갈까?"
"심사위원 없는 콩쿠르라니. 노이즈 마케팅은 성공이겠어."
그때, 사회자의 목소리가 공간을 갈랐다.
"...1000점 만점으로 수치화된 여러분의 호르몬만이 승부를 결정 짓습니다."
"예선에서처럼, 오직 관객의 감동만이 심사 기준입니다."
기기 테스트 시간이 끝났다. 무대 중앙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었다.
샬럿과 마르첼로.
결선에 오른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배경과 스타일을 가진 성악가다.
샬럿 로씨는 혹독한 교육을 견뎌낸 완벽주의 소프라노다.
차갑고 강렬한 힘을 지닌 그녀의 목소리. 그것은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공기를 압도했다.
그녀가 최고음을 낼 때, 듣는 이는 시간이 멈춘 듯한 황홀한 마비를 느낀다.
반면, 마르첼로는 바리톤이다.
커피 향처럼 부드럽고 감성적인 목소리. 그는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청중의 환희와 감동을 이끌어내는, 진정한 음악의 연금술사였다.
두 사람은 사실 15살 차이가 나는 사제지간이었다.
사이가 틀어진 후, 마르첼로는 명성과 부를 이용했다. 그는 샬럿의 모든 활동을 가로막아 왔다.
마치 로댕과 까미유 끌로델처럼. 그들의 관계는 사랑이 아니었다. 뒤틀린 집착과 경쟁으로 얽혀 있었다.
"반드시, 꼭 이겨야 해!"
샬럿은 속으로 다짐을 연이어 되뇌었다. 과거의 상처와 열망이 뒤섞였다.
마르첼로와의 대결. 그것은 단순한 승패를 넘어선, 그녀의 모든 것을 건 절실한 싸움이었다.
사회자가 샬럿의 첫 곡을 소개했다.
"소프라노 샬럿 로씨가 부를 곡은... 오페라 라 론디네 속 아리아 <도레타의 꿈>입니다."
관객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리아의 클라이맥스 부분만을 노래해야 하는 잔인한 대회.
이 곡의 C음정은 극도의 난이도를 요구하는 부분이었다. 절대적인 고음은 아니다.
그러나 여린 볼륨을 끊임없이 부드러운 레가토로 지속해야 한다. 듣기 가장 아름다운 여성의 고음이었다.
전주가 흘러나왔다.
극장은 치명적인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마치 두 성악가의 운명이 얽힌 듯했다.
마르첼로는 여전히 설명할 수 없는 그늘진 온화함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승리는 누가 차지할 것인가?
호르몬이 심판하는 무대 위에서, 두 사람의 얽히고 설킨 대결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