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멜로디
벼랑 끝에 선 멜로디:
북적이는 카페 안, 소란스러운 배경음악과 커피 그라인더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애티커스 기자는 맞은편에 앉은 샬럿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녀는 겉으로는 차분해 보이려 애썼지만, 찻잔을 쥔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샬럿.”
애티커스가 조용하지만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의 눈빛은 걱정과 안타까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당신이 가진 그 녹취, 불리한 증거입니다. 도청에 의한 녹취는 명백한 불법인 거, 모르지 않잖아요. 게다가, 마르첼로와 합의 없이는… 꼼짝없이 징역살이예요.”
그의 말이 현실의 날카로운 칼날처럼 샬럿의 심장을 찔렀다. 샬럿은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갈무리하며 대답했다.
“마르첼로만 영원히 퇴출시킬 수 있다면… 제가 쌓은 커리어는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어요.”
애티커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답답함에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도대체 왜 당신 자신을 벼랑 끝까지 끌고 가는 겁니까? 이봐요, 샬럿! 당신은 예술가예요. 피투성이 전쟁을 치러야 할 전사가 아니라고요. 그런 복수심은… 당신의 보석 같은 목소리에 균열을 낸다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관객들은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고…”
“전쟁 맞아요!”
샬럿이 그의 말을 단호하게 끊었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에 걷잡을 수 없는 격앙된 감정이 일렁였다.
“성악가를 의도적으로 무대 밖으로 밀어내는 것은… 낭떠러지에서 미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카페의 소음을 뚫고 나올 듯 격앙되었다.
“나는 음악학교에서부터 치열하게 싸워왔어요. 학교에서는 A학점을 받기 위해 싸웠고, 졸업과 동시에 세계적 콩쿠르에 우승하기 위해 싸워왔어요. 그리고, 지금은…!”
“무대 위에서의 싸움은 아니죠.”
이번엔 애티커스가 그녀의 말을 잘랐다. 그의 맑은 눈빛에는 왠지 모를 마력 같은 아우라가 서려 있었다.
“샬럿, 이건 무대 밖에서 뒹구는 진흙탕 싸움이에요. 시쳇말로 개싸움이라고요.”
그 말에 샬럿은 마치 정지 화면처럼 멈춰버렸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애티커스의 강렬한 시선과 현실의 무게가 그녀를 짓눌렀다.
한참 후,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겨우 대답을 짜냈다.
“상관없어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모든 것을 걸겠다는 차가운 결의만이 남아 있었다. 애티커스는 더 이상 설득을 포기한 듯, 씁쓸하게 시선을 돌렸다. 테이블 위에는 차가 식어갔고, 두 사람 사이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며칠 후.
음악협회 사무실.
마르첼로는 다가오는 국제 콩쿠르 심사위원 선정 작업으로 분주했다. 최고급 가죽 의자에 기댄 채 서류를 검토하던 그의 휴대전화가 날카롭게 울렸다.
마르첼로는 다가오는 국제 콩쿠르 심사위원 선정 작업으로 분주했다. 의자에 기댄 채 서류를 검토하던 그의 휴대전화가 날카롭게 울렸다.
"부위원장님,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수화기 너머 직원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당황이 섞여 있었다.
“무슨 문제지?”
마르첼로는 여전히 사무적인, 감정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샬럿이… 우리 국제 콩쿠르에 대한 심사 조작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마르첼로의 펜이 서류 위에서 멈췄다.
“무슨 근거로?”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마르첼로의 눈빛이 섬뜩하게 빛났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냉혈동물처럼 침착했다.
“알았네!”
마르첼로는 전화를 끊고 펜을 내려놓았다. 그의 얼굴에는 어떤 동요도 없었다. 다만, 서늘한 차가운 미소가 그의 입가에 희미하게 걸렸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