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라무슈

디지털 수술

by 폴킴

음악협회 사무실, 밤


최고급 이탈리아 가죽 의자에 기댄 마르첼로는 은은한 스탠드 조명 아래서, 맞은편에 앉은 남자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파비앙 리.

​한때 '음향공학계의 미켈란젤로'라 불렸던 남자. 제자의 논문 강탈과 연구비 횡령이라는 추문으로 학계에서 영구 제명된, 타락한 천재. 마르첼로에게 그는 자신의 추악한 계획을 실행시켜 줄, 가장 정교한 칼날이었다.


​“샬럿이 공개한 녹취, 들었겠지.”


​마르첼로가 테이블 위를 펜 끝으로 느릿하게 두드렸다. 그 소리가 밤의 정적을 깨며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었다.


​“완벽합니다, 부위원장님.”


파비앙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오만함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불법적인 도청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증거로서의 효력은 강력합니다. 부위원장님의 목소리, 환경 소음, 모든 것이 진본임을 증명합니다.”


​마르첼로는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걸었다.


​“그러니, 완벽하게 망가뜨려야겠지. 나는 증거를 부정하는 아마추어가 아니야. 나는 증거 자체를, 존재하지 않던 것으로 만들 생각일세.”


​파비앙의 마른 체구가 미묘하게 긴장했다. 지적인 흥분에 찬 표정이었다.


​“작업은 완료되었습니다. 가장 불리한 발언이 담긴 1.3초 구간을 정밀하게 분리했습니다.”


​“덧씌우기는?”


“덧씌우기가 아닙니다. 부위원장님. 이것은 ‘디지털 외과 수술’입니다.” 파비앙은 자신이 만든 비유에 만족한 듯 눈을 빛냈다.


​“그 1.3초 구간에서 부위원장님의 유죄 발언을 삭제하고, 동일한 호흡과 음조로 새롭게 녹음한 무죄 발언을 삽입했습니다. 샬럿 측 분석가들이 파형의 불연속성을 찾으려 들겠지만, 우리는 주파수 혼합을 이용해 그 연결 부위를 완벽히 가렸습니다. 그들이 아무리 확대를 해도, 새로 삽입된 문장이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보이게 될 겁니다.”


​마르첼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는 일말의 죄책감도 없었다.


​“좋아. 이제 그 완벽한 수술 위에 의혹의 그림자를 던져야지. 당신의 전공 아닌가.”


​“배경 소음 전략입니다.”


파비앙이 이어받았다.


“샬럿의 녹취 파일 전체에는 특정 카페의 음향 지문이 찍혀 있습니다. 저희는 부위원장님에게 불리한 그 핵심 발언 구간, 그 1.3초에만 아주 미세하게 다른 장소의 소음 레이어를 덧씌웠습니다. 인간의 귀로는 절대 구분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마르첼로가 채근했다.


​“포렌식 분석가들은 발견할 겁니다.”


파비앙은 침착하게 말했다. “그리고 이 미세한 불일치를 두고 ‘해당 발언은 나중에 다른 장소에서 녹음된 후 삽입되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죠. 샬럿의 녹취 전체가 의도적으로 조작된 위조 증거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는 겁니다.”


​파비앙은 냉소적으로 웃었다.


“저희의 조작은 그녀의 것보다 훨씬 우아하고, 훨씬 치명적입니다. 샬럿이 내민 증거는 이제, 스스로를 찌르는 독이 묻은 가짜 칼이 될 겁니다.”


​마르첼로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 어둠이 그의 윤곽을 집어삼켰다.


“완벽해. 샬럿은 지금 진흙탕 싸움을 선언했지만, 그녀는 자신이 싸우는 진흙탕이 내가 파 놓은 함정이라는 것을 모를 테니. 이제, 그녀가 이 반격에 무너지는 꼴을 지켜볼 일만 남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