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 미미의 딜레마
화: 균열 - 미미의 딜레마
[문화예술 섹션 1면]은 온통 마르첼로와 샬럿의 이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가십이라 하기엔 너무나 치졸하고, 진실 공방이라기엔 양쪽 다 너무나 조용했다.
'고소?'
샬럿은 찻잔을 든 채 기사를 훑어 내렸다. 그녀는 마르첼로의 압도적인 힘과 음악계를 넘어서는 그의 막강한 인맥을 알기에 선뜻 법적 절차를 밟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반면 마르첼로는 자신이 녹취록을 재조작한 사실이 혹여나 법적절차 과정에서 들통날까 봐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아 했다.
결국 진흙탕 싸움에서 서로 마주 보지 않고 옆으로 걷고 있는 셈이었다.
[오페라 '라 보엠' 공연 리허설룸]
웅장하지만 섬세한 오케스트라 반주가 리허설룸을 가득 메웠다. 제3막, 가슴 시린 <이별의 4 중창> 연습이 한창이었다.
“... 마르첼로, 이젠 우리가 헤어질 시간이에요. 당신의 행복을 진정으로 빌어요.” (샬럿/미미)
갑자기 지휘자가 손바닥을 펼쳐 음악을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마저 멈춘 듯, 리허설룸에 정적이 감돌았다.
“샬럿.”
지휘자는 고개를 갸웃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 22마디 세 번째 박자에 들어오셔야 합니다. 벌써 오늘 몇 번째 박자를 놓치는 건지 모르겠네요.”
샬럿은 입술을 깨물었다. 주변 모든 연주자의 시선이 자신에게 꽂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당신의 목소리가... 헤어지기 전 로돌프의 행복을 진정으로 바라는 것 같지 않아요.”
지휘자는 턱을 괴고 샬럿을 응시했다.
“가녀린, 혹은 애틋한 미미 같지 않다고요. 오히려 극 중 마르첼로와 싸우는 무제타의 역할처럼 너무 격정적이에요. 이런 적이 없었잖아요.”
"죄송합니다."
샬럿은 고개를 숙였다. 하필 자신과의 진흙탕 싸움에 뒹구는 '마르첼로'라는 이름이 극 중에서도 계속 등장하는 것이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었다. 리허설룸에 있는 모든 연주자가 음악계를 들썩이는 그녀의 퇴출조작 사건을 알고 있다는 사실도 신경을 갉아먹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며칠 전 기자 애티커스의 말이 리허설 내내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아 도무지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당신은 피투성이 전쟁을 치러야 하는 전사가 아니라고요... 이는 보석 같은 당신의 목소리에 균열이 갈 수 있어요."
그의 말이 점점 현실이 되어 가는 기분이 들자, 샬럿은 더 위축되었다. 목소리는 불안하게 떨리고, 호흡은 자꾸만 짧아졌다.
“지휘자님, 제가 몸이 너무 좋지 않아 오늘 리허설은 더 이상 못할 것 같아요.”
샬럿은 힘없는 소리로 간신히 부탁했다.
지휘자는 옅은 미소를 띠며 답했다.
“이제야 좀 미미 같군요. 네 그러세요.”
그는 돌아서려던 샬럿을 멈춰 세웠다.
“잠깐 샬럿!”
샬럿이 돌아보자, 지휘자의 눈빛은 조금 더 진지해져 있었다.
“무대 밖에서 묻는 그 어떤 티끌도 이곳으로 가져오지 마세요. 이곳만큼은 순수하고 고결한 곳이에요.”
그것이 자신을 응원하는 말인지, 아니면 비꼬는 말인지. 샬럿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녀의 가슴속에서 균열이 조금씩 더 커지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건물을 빠져나오자마자 휴대폰을 꺼내 자신의 키다리 아저씨나 된 듯 애티커스 기자의 번호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