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라무슈

절망의 벼랑 끝, 타오른 이름

by 폴킴

벼랑 끝에 선 듯한 절망감 속에서, 샬럿은 저도 모르게 떠오른 이름에 스스로 놀랐다. 애티커스.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주제에 무슨 사치스러운 감정이야?'

​그녀는 고개를 세차게 휘저으며 생각의 싹을 잘라냈다.

[애티커스 기자와 늘 만나던 카페]
​샬럿은 에스프레소에 각설탕을 연신 탈탈 털어 넣었다. 흑설탕처럼 새까만 커피는 건드리지 않은 채, 창밖의 풍경만을 멍하니 응시했다.

쾅!


​그때, 카페의 모든 시선을 끌 만큼 급작스럽게 문이 열렸다. 익숙한 실루엣이 빠른 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애티커스였다.


​그의 맑고 곧은 눈빛에는 여느 기자들과는 다른 진실함과 정의감이 담겨 있었다. 샬럿은 그 눈빛에 벌써 마음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이 절망 속에서 그에게 기대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이 일었다.


"저... 기자님."


​그녀답지 않게 아주 작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지만, 주변 소음이 그 작은 외침을 집어삼켰다. 그는 듣지 못했다.


"샬럿! 제가 아주 흥미로운 소식을 가져왔어요."


​애티커스는 상기된 표정에 약간의 미소를 띠고 말했다. 급히 달려왔는지 숨이 찼는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물 마실 시간조차 아까워 보이는 사람처럼 보였다.


​샬럿은 자신의 속 깊은 감정에 대한 부끄러움을 감춘 채, 무심한 톤으로 궁금한 척 되물었다.


"아, 그... 그래요. 뭔데요? 물론 저와 관련되어 있는 소식이겠죠?"


​"네. 며칠 전 익명의 재력가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익명의 재력가라... 저로써는 별로 흥미 없는, 진부한 전개일 것 같은데요?"


​"샬럿, 기자들에게는 '촉'이 있어요. 이 사람이 진짜인지 허풍쟁이인지, 대화를 몇 마디 나눠보면 알죠."


​그의 눈 속에서 확신이 담긴 빛이 섬광처럼 터져 나왔다.


"계속해보세요."


​"그가 제가 음악 전문기자로써 당신 기사를 자주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더군요."


​"그래서요?"


​불과 몇 분 전, 잠시 이성적인 감상에 빠졌던 자신은 잊은 듯, 그녀는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물었다.


"당신과 마르첼로와의 공방에 종지부를 찍어주겠다면서, 제게 인터뷰와 기사를 요청했어요."


​샬럿은 비웃음 가득한 입꼬리를 올리며 또 물었다.


​"그래서, 그가 무엇을 하겠다는 거죠?"


​"스카라무슈!"


​애티커스는 마치 첩보 영화의 비밀이라도 누설하는 양,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스카라무슈? 뭐, 저보고 허풍쟁이 캐릭터라도 맡아서, 연기의 변신을 해보라는 뜻인가요?"

​그녀는 냉소적이고, 실망스러운 기색을 그대로 드러냈다.


​애티커스는 평소 그녀의 이런 반응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샬럿, 그가 관객의 호르몬이 심사하는 일대일 대결 콩쿠르를 기획하고 있다는 겁니다."

​샬럿은 더 이상 참지 않고,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애티커스! 그건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예요. 그리고 왜 이런 비싼 돈을 들여 나와 마르첼로의 공방에 끼어들려는 지도 의심스러워요. 무엇보다도, 이 대회와 내가 무슨 상관이 있죠?"


그는 여유로운 목소리로 샬럿을 진정시키듯 설명했다.


​"만약 당신이 이 콩쿠르에서 우승한다면, 마르첼로가 당신을 끌어내리기 위해 둘러 댄, '성대 혹사로 인한 목소리 질의 저하', '성대결절 의심' 등의 모든 이유는 거짓이 되죠. 물론 그 전제 조건은... 샬럿, 당신이 모든 참가자를 이기고, 우승을 거머쥐어야 한다는 겁니다."


​샬럿은 이제야, 그녀의 모든 절망과 분노를 한 번에 뒤집어엎을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디바 특유의 자존심을 앞세워 무심한 듯 물었다.


"아직 그 재력가라는 자가 왜 이런 파격적이고 논란이 될 만한 콩쿠르를 굳이 자신의 자본을 들여 기획하는지 설명 안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