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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그루 May 24. 2024

우리, 집

*초등학생인 남자3이 수업시간에 쓴 글을 옮겨왔습니다.  남자3이 차린 밥상에 여자1이 수저를 어봅니다*

남자3이 말합니다

우리 집에는 여자1과 남자 1,2,3이 함께 산다.

여자1는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남자 2,3의 밥을 챙겨주고 출근을 한다. 남자1도 옷을 입고 출근을 한다. 남자2는 잠을 거의 자지 않는다. 많이 자도 3~4시간 밖에 자지 못한다. 가끔 남자1과 같이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간다. 남자3은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일어나기도 하지만 너무 일찍 일어나면 다시 잔다. 눈을 뜨면 바로 씻고 밥을 먹고 학교로 간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방과후나 학원으로 간다. 그리고 가끔  '고등학생이 되면 나도 남자2처럼 해야 되나?'라고 생각한다.

남자1은 집에 빨리 온다. 여자1은 9시쯤 온다.  여자1은 휴가면 너무 신나서 하늘을 날 것 같은 표정을 한다. 남자2는 빨리 오면 10시다. 늦은 시간까지 야자를 하고 일찍 오는 날은 학원으로 간다. 너무 힘들 것 같다.

여자2는 매일 우리 집으로 온다. 학교를 다니시기 때문에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한다. 여자2는 학교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 집에 와서는 영어공부만 한다.

남자3은 시간이 있으면 여자2를 도와준다.

남자3은 어제 영어진단평가를 100점 맞았다고 칭찬을 받았다.

여자1과 남자1은 매일 집 안일도 한다. 그러면 하루가 끝난다.


여자1이 말합니다.

우리 집에는 여자1과 남자 1,2,3이 함께 산다.


워킹맘인 여자1은 눈뜨자마자 주방으로 향한다.

"오늘은 뭘 차려내지?"

요리에 재능이 없는 여자1은  단출한 식사를 준비하면서도 매일 아침은 무엇을 먹일까 고민이다.  식사 준비가 끝나면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한다. 여자1은 피곤하다.


다이어트 중인 남자1은 샐러드와 토마토로 아침식사를 한다. 남자1은 잠이 없고, 부지런하다. 매일 아침 칼퇴근을 외치고 출근하지만 잘 다려진 셔츠가 구겨질 때쯤 집으로 돌아온다. 주말엔 가족들을 데리고 멀리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맛집과 예쁜 카페를 찾아가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한다.


요즘 들어 더 까칠해진 남자2는 시험 늪에 빠져 허우적댄다.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시험! 시험! 시험!

어쩌다가 잠을 포기하고 게임의 유혹에 넘어가는 날엔 여자1과 남자1의 잔소리 폭격을 맞기도 한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남자2에게 가족들은 서운함을 느낀다.


우리 집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남자3은 눈을 뜨자마자 밥을 찾는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정 코디만을 고집한다.

 남자3은 인기가 많다. 공부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하고, 어쩌다가 시험을 잘 보는 날에는 여자1에게 전화를 걸어 긴~ 자랑을 한다.


여자1, 남자2,3을 업어 키운 여자2는 뒤늦게 학교에 다닌다. 피곤하다고 하면서도 매일 여자1 집에 와서 집안 살림을 도와준다. 어쩌다가 남자2와 마주치는 날엔 슬며시 영어책을 꺼내 폭풍 질문을 한다. '최고의 선생님'이라는 칭찬에 우쭐대는 남자2가 그저 사랑스럽고 귀엽기만 하다.


우리 집은 가장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사실 남자1이 밥을 하는 날이 더 많다.)  가끔 여자2가 식사에 합류하기도 한다. 남자2가 저녁식사에 함께하는 날은  의 최애음식 삼겹살이나 치킨을 먹기도 하는데 오늘이 그날이다.

"오늘은 엄마가 쏜다."

남자1이 유독 신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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