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그루 Dec 15. 2023

종녀씨의 꿈

72세 여중생

  칠순을 막 넘긴 나의 종녀씨가 올 3월 중학교에 입학했다.

  “다 늙어서 무슨 공부냐.”

  공부하는게 쉬운 걸 줄 아냐. 그냥 여행이다 다니면서 편하게 살아라.”

  주변에서 말들이 많았지만 두 딸을 키워내고, 손주 세명까지 키워내더니 이제는 어린 시절 이뤄내지 못한 본인의 꿈을 키우고 있다.


  이번 주는 중간고사를 준비하느라 주말 내내 돋보기를 쓰고 엉덩이 한번 떼지 않았는데 첫 시험을 치르고 와서는 사춘기 소녀가 된 듯 예민하다.

  딸들이 상냥하게 설명해 줘도 알까 말까 하는데 목소리가 그리 퉁명스러워 기분이 상한다는 둥, 눈이 침침해 찾지 못하는 건데 그냥 찾아주면 될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다는 둥...

  선생님을 자처해 퇴근하자마자 밥도 먹지 않고 달려갔거늘 그렇게 말하는 엄마 때문에 나도 마음이 상한다.

  그렇게 며칠을 혼자 속앓이를 하다가 엄마의 숙제 노트를 보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종녀씨가 쓴 글>


  ‘눈이 동그랗고 코가 낮은 사랑스러운 아이’로 시작하는 글에는 친정 엄마가 파란 포대기를 사 와 너를 닮아 참 예쁘구나 했던 이야기부터 최고로 행복한 아이로 키워야겠다는 다짐까지... 47년 전의 이야기가 있다.

  그렇다. 난 엄마 덕에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이제는 내가 행복하게 해줘야 할 때다.

  “잘한다. 정말 잘 해내고 있다.” 응원하면서 이젠 종녀씨가 행복해질 때라고 이야기해 줘야지...


#엄마는중학생 #할머니중학생 #다늙어서공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