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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예 Aug 17. 2022

감염관리간호사가 뭔데?-①

1년 차가 감염관리실이라니, 코로나 재택치료팀 이야기.

내가 감염관리실에서 근무하게 된 계기는 아주 독특하다. 졸업 이후에 미국 서부에서 가족들과 긴 휴가를 보내고 여름이 시작될 무렵 내가 현재 근무하는 병원의 백신접종센터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3개월만 하려던 게 알 수 없는 책임감으로 연장의 연장을 하였고, 정신 차려보니 겨울이 되어있었다. 나의 원래 계획은 하반기에 뜨는 공채에 도전하여 다른 대학병원 임상간호사로 나갈 생각이었는데, 지원도 못해보고 얼결에 의리로 남은 백신예방접종센터에서 감염관리실로의 캐스팅 제안이 들어왔다. 그땐, 상근직이란 말에 '간호사가 교대근무를 안 한다니 정말 편하겠다.'라고 생각하며 공고가 나면 지원해보겠다고 이야기했다. 그 후 감염관리실 지원 공고까지 공백이 약 2개월의 시간이 있었고, 나는 이때 지역 보건소에서 코로나19 전담 재택치료 TF팀이 된다. 하필 내가 근무했던 기간은 겨울, 코로나는 감기 바이러스의 일종. 그 말인즉슨? 난 죽은 목숨이었다는 것이다.

2022년 코로나 19 확진자 추이 출처 : Google

재입사를 위한 퇴사 전까지도 확진자 수가 많이 줄어들었길래 못할 짓은 아니라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저 높이 치솟은 그래프를 봐라. 내가 보건소에 들어갔을 때는 정말 살아있는 생지옥 ,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그날의 기억을 되짚어보면 나의 근무는 대체로 이랬다. 주 야 휴 휴 , 주간 근무 (9AM~6PM), 야간근무( 6PM~9AM), off, off를 반복한다. 처음엔 나이트 때 일이 없으면 잘 때도 있다 하셨다. 잠은 무슨 화장실 한 번이 사치였다. 나는 출근하자마자 종이로 출력되어있는 역학조사서를 보고 환자의 정보를 수기로 다 엑셀에 입력하였다.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 그와 동시에 지역사회 환자들의 건강상담 , 재택치료 안내, 병원, 생활치료센터로의 이송 정말 전화벨은 끊길 틈이 없었으며 확진자들의 역학조사서 또한 끊임없이 쌓였다. 이 속에서 찰리 채플린의 모던타임스 속 기계부품처럼 일하면서 흔히 말하는 '현타'가 왔을 때는 확진자의 무시무시한 전화 속 샤우팅도, 끼니를 거르는 것도 , 업무과중에 도망간 동료들의 근무를 메우는 일도 아닌 코로나가 발생한 지 2년이 되었음에도 제대로 된 행정 프로그램이 없어 모든 것을 수기로 할 때였다. 코로나 확진자라면 다들 받아봤을 문자가 있다. '격리 통지서' , '격리 해제서' 다. 자, 내가 이 단어를 왜 꺼냈을까. 수기.. 격리 통지서.. 해제서..? 여러분이 예상하는 바가 맞다. 밤새 키보드 앞에서 한 땀 한 땀. 직접 각 확진자마다 한글파일로 만들어 문자메시지로 한통씩 보낸 거다. 내가 그리고 우리 TF팀이. 남들은 AI, 머신러닝, 메타버스 하는 4차 산업시대에 한글파일 수제 제작이라니! 너무나도 통탄스러웠다. 나는 여기서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 의료인으로서 스페셜티를 발휘하고 싶었는데, 내 스페셜티는 오타 없이 타자 치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 이래서 초등학교에서 코딩을 배우는 건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라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재택치료팀과 관련된 전 지역 보건소가 있는 업무용 메신저 방은 항상 위와 같은 문제로 고통을 호소하였다. 애초에 전산프로그램이 없으니 확진자 관리가 원활히 될 리도 없고 방에서 아픈 환자도, 우리도 모두가 아픈 그해 겨울이었다. 후에 전해 듣기로는 그래도 행정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업무가 수월해졌다고 한다.

얼마나 다행이던지. 확진자 감소로 곧 없어질 것 같던 많은 임시 조직, 기관들이 부활하는 요즘 정부 방역의 신뢰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해당 부분의 적극적 개선이 반드시 이루어 지길 바란다. 그렇게 나는 짧고 강렬했던 임시 간호직 공무원 체험을 마치고, 목련이 피던 날에 다시 돌아가게 된다. 감염관리실로!


본격적인 감염관리실 간호사의 이야기는 ②탄에서 이어집니다. 병아리 감염관리실 간호사 이야기 많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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