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원의 부인
박 의원 부인은
부잣집 맏딸로
일제강점기에
경북여고를 나와
학교 선생님을 하던 인텔리였다
그때는 교복 입고 길을 가면
경북고녀 지나간다고 쳐다봤단다
의대생이던 남편과 결혼해
자신은 8남매 모여사는
시가에서 시집살이하고
남편은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단다
도시에서 살다가
농촌 그것도 남편 없이
시할머니 시어머니
나이 많은 동서들이
줄줄이 있는
층층시하 시집살이를 했단다
몰래 울면서 고생고생하다가
남편이 졸업해 취직하자
시댁을 나와 살림을 차렸는데
남편몫인 땅을
형이 다 팔아버려
방 한 칸 얻어 나왔단다
대학병원 근무하면서
저녁에는 야간 개업을 해
돈을 벌었는데
병원월급은 다 술값이었단다
문제는 본가 조카들이
줄줄이 찾아와
학비를 대야 했단다
아들 세명 조카들까지
뒷바라지하느라 힘들어
의사들 논문 타이핑
아르바이트까지 했단다
어찌어찌 3층 병원을 지었는데
박의원은
부인이 외출하는 걸 싫어해
새벽에 가는 시장을 제외하면
동창회도 못 가고
집에만 있었단다
큰아들은 의대
둘째는 약대
셋째는 경영학과를 갔는데
박의원은
문과는 굶어 죽는다고
걱정하며
막내에게
쓸모없는 산도 사주고
땅도 사주고
아파트도 사줬단다
나중에 박의원이
암 수술을 하고
치매가 와서 간병하느라
고생을 했고
남편이 돌아가시고 나니
본인도 치매가 왔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