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의 보이지 않는 리듬을 적는 일
예술이 뭐냐고? 나도 잘 모른다.
아트팀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으면 다들 조금 긴장한다. 나도 그랬고. “아트? 혹시 시 쓰고 그림 그리는 곳인가?” 뭐 이런 직선적인 생각이 드는 것이 우리의 약간 맛 간 뇌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합리적인 추론이 아닌가. 그런데 말이다, 사실 우리도 잘 모른다. 우리가 ‘국가 공인 조주기능사*’처럼 무슨 ‘아티스트’라는 자격증을 가진 것도 아니고, 신촌 골목길 벽돌 색깔이 매일 다르게 보이는 걸 괜히 크게 받아 적다가, 다음 날 다시 읽어보면 스스로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갈 때가 부지기수다.
* 現 플레이스 팀 출신 운영진 이도는 조주기능사 자격을 지니고 있다. 무려 국가가 인정한 술 박사라는 뜻이다. 그 앞에서 술에 관한 얕은 지식으로 주름 잡았다간 큰코다친다.
하지만 아트팀은 그 모호함이 곧 정체성이다. “정체성이 없다”는 것이 정체성이라니, 좀 웃긴가? 하지만 신촌이 매일 바뀌는 도시라는 점을 생각하면, 사실 이보다 더 정직한 태도도 없다. 건물은 허물어지고 새로 세워지고, 간판은 매년 유행 색깔에 따라 바뀌고, 사람도 흘러왔다가 흘러간다. 그러니 우리가 붙잡는 건 언제나 찰나의 느낌이다.
플레이스팀이 “여기 가봤다” 하고 장소를 적고, 피플팀이 “이 사람 만났다” 하고 얼굴을 남기고, 디자인팀이 “예쁘게 보여주자” 하고 카드를 만든다면, 아트팀은 그냥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방금 지나간 비 냄새가 아직도 글자 사이에 남아 있다” 같은 말을 한다. 쓸데없어 보이지만, 이게 없으면 잔치는 글 맛이 좀 심심해진다. 밥상에 고기만 올려놨는데 양념이 없는 꼴이라고나 할까!
물론 아트팀이 하는 일은 늘 실패의 연속이다. 고양이 눈빛을 포착했다가 고양이가 그새 도망가 버리고, 빛이 참 예쁘다 싶어 적어 두면 다음 날은 날씨가 흐려서 아무도 그 빛을 믿지 않는다. 그래도 실패도 기록의 일부니까 – 괜찮다. 오히려 우리는 그 사라짐과 불완전함이 예술의 한 조각이라고 우긴다.
건물 벽돌에 스며든 여름의 습기, 명물길을 따라 깔린 전선 위로 흘러가는 새들의 울음, 새벽 네 시 편의점 냉장고에서 흘러나오는 낮은 진동음. 이 도시가 숨 쉬는 순간들은 보통 아무도 붙잡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바쁘게 걷고, 지나치고, 잊는다. 다행히도 아트팀은 그 순간을 붙잡고, 잔치의 이름으로 풀어낸다.
그러니까, 아트팀은 신촌의 보이지 않는 리듬을 기록하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남기는 글은 설명서도, 지도도, 인터뷰도 아니다. 다만 이 동네를 지나가다가 “아, 이 골목이 왜 이렇게 낯설지?” 하고 멈춰 선 사람들에게, 그 낯섦의 이유를 잠깐 귀띔해 주는 쪽지 같은 것. 잔치가 잔치라면, 아트팀은 그 잔치에서 웬일인지 늘 구석에 앉아 종이에 뭔가를 끼적이고 있는 수상쩍은 손님들일 것이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우리는 그 끼적임으로 잔치를 더 재미있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