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 큐레이션 3
♬ BGM: Time Slow Down (시간아 천천히)
다다다다다... 시간이 광속으로 달려간다. 눈을 감으면 1월 1일이 생경한데, 눈을 뜨니 1이 두 배가 되어 있었다. 사실 나에게 시간은 한 번도 천천히 흘러가 준 적이 없었다. 23년도에 20살의 나이로 신촌에 입성한 나도 이제 고학번에 속하게 되었다. (왜냐면, 조금 있으면 26학번이 들어오거든)
지방에서 상경한 지 햇수로 3년 차, 어느덧 신촌도 내 방바닥처럼 꽤 익숙해졌지만,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는 신촌이 바로 '그때 그 옛날' 신촌이다. 잔치가 얼마 전 잡지 7호 북토크를 진행했는데, 참석해 주신 신촌 선배님들의 말씀이 세상에 맙소사. 그 시절 젊은이들은 지금 우리가 홍대, 성수, 이태원 놀러 가듯 신촌과 이대를 쏘다녔다고 한다.
신촌이 다 망하고 나서 임대 문의로 도배된 폐허에 도착해버린 우리는… 자꾸 그 영광의 신촌을 질투한다. 아니 지금도 살 만한데 자꾸 망했다니. 사람이 없다니. 그렇다면 줄 서서 담산*의 갈비찜을 기다리는 나는 뭔가? 파이홀**의 넘쳐나는 인간들은, 허다하고 열리는 빨잠 앞 버스킹 무대를 구름떼처럼 둘러싼 관중들은 뭐지?
그때는 얼마나 잘 나갔길래??
*담산: 매콤 갈비찜과 곤드레밥을 먹을 수 있는 신촌 식당. 오픈런이 아니면 보통 간장종지 같은 대기표를 들고 마루에 앉아서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파이홀: 이 곳 파이는 다 맛있다. 근데, 들어가면 항상 내 궁둥이 붙일 자리가 없다.
새로울 신에 마을 촌. 매일 무언가를 떠나보내는 신촌의 '사라지는 것들'을 잔치 웹사이트라는 통조림에 가두는 잔치꾼들이 있었다. 애송이들의 푸념에 잔치는 기다렸다는 듯이 11년의 창고를 뒤적여 신촌의 유산을 꺼내 주었다.
http://welcometozanchi.com/2903
http://welcometozanchi.com/4611
- 잔치에 들어와서야 처음 알았다. 대구의 한 초등학생 지평이 유튜브에서 보던 그 호객하는 고양이가 사실은 신촌 출신이었다는 사실을…
신촌 한복판에서 능수능란하게 케이팝 댄스를 선보이던 한국의 명물 고양이를 잔치가 두 차례나 인터뷰했다. 2016년에 한 번, 고양이가 신촌을 떠나던 2017년 5월에 한 번. 모두 손짓발짓과 필담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http://welcometozanchi.com/5812
- 연세대점 말고 '신촌점'. 신촌역 3, 4번 출구로 나오면 곧장 보이던 맥도날드는 2018년 4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금은 아티제 카페가 자리 잡고 있음) 잔치는 폐점 일주일 전의 이곳을 취재했다.
신촌에서 만났다 하면 약속 장소가 항상 여기였다느니. 여기가 없어진 게 진짜 충격이었다느니. 어째나 저째나 우리는 연세대 코앞의 맥도날드에서만 빅맥을 씹어 보았으니 와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로컬'을 다루는 것이 기본 원칙인 잔치에서 프랜차이즈의 대명사인 맥도날드를 취재했다는 건 맥도날드 신촌점이 신촌에게 갖는 의미가 그만큼 상당했다는 뜻이렷다.
http://welcometozanchi.com/3492
- 맥도날드 글 끝자락에 언급되는 글이다. 2016년 연세대 앞에서 사라진 우리은행 ATM에 관한 이야기. 정산할 때, 포장마차에서 떡볶이 한 그릇 할 때, 이럴 때 저럴 때 현금 쓸 일이 많다는 당시 에디터의 설명에서 십 년 전의 정취가 묻어난다. 현금을 뽑으려고 약국 옆에 줄줄이 서 있는 대학생들을 떠올리면 귀여워서 입꼬리도 스멀스멀 올라간다. 잘 지내시는지요... 저희는 이제 포장마차에서도 토스로 돈을 보냅니다.
http://welcometozanchi.com/16172
- 2024년 신촌을 떠난 홍콩식 차 레스토랑 ‘태흥빙실’을 취재한 글. 신촌의 임대료가 밀어낸 많은 가게를 언급하면서 태흥빙실의 마지막을 보편적인 순간으로 확장했다. 또 회자정리 거자필반을 논하여 신촌의 상실을 폭넓게 어루만진다. 홍콩 영화 같은 이 글을 단숨에 읽어 내려가면, 이별이 언제까지고 슬픔만을 안겨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새삼 떠오른다.
http://welcometozanchi.com/7867
- 십 년간 신촌에 ‘붙박이’ 하며 예술 활동을 하는 김하민 씨의 인터뷰. 하민이 목도한 수많은 과거의 신촌을, 지금은 사라진 최애 식당 ‘겐로쿠 우동’으로 콕 집어 제목에 담았다. CGV가 붙기 이전의 아트레온이나 민들레영토… 지금의 신초너들은 모르는 과거의 식당, 과거의 신촌을 보따리에서 척척 풀어놓는 그의 삶이 더 궁금해지는 글. 그리고 깨달은 사실, 십 년 전에도 ‘도를 아십니까’는 여전했다.
장소는 보통 돌아갈 수 없는 어떤 시간과 함께 사라지기 때문에 더 애틋하다. 시간을 되감으려 찾던 장소가 없어진다면, 더 이상 오감으로 느낄 수 없게 되기 전에 빠르게 기록을 해야 한다.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요즘 사람들이 성수로, 홍대로 달려간다지만, 여전히 4개나 되는 대학들-연이홍서-이 신촌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오늘의 젊은이들은 코로나가 휩쓸고 지나간 신촌로터리에 나타나 십 년 전과는 또 다른 '로컬'을 만들고 있다. 물론, 여전히 기록도 잊지 않는다.
그렇게 쌓인 기록의 세월이 자그마치 11년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잔치꾼들은 본인들이 살고 있는 찰나의 신촌을 잔치에 가두고 있다. 아카이브가 궁금하다면, 슬쩍 놀러 오시라. http://welcometozanch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