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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시언니 Sep 04. 2020

제 꿈이요? 호상이요.

따루에게(4)





<에필로그>    



그러니까 어떤 마음이었냐면 타인의 삶에 함부로 느껴버린 안타까움 같은 거였다. 난 그런 걸 오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내가 느낀 마음이 오만했다는 것이다. 따루는 이제 열아홉 살쯤 된 작은 성인이었다. 따루의 엄마는 나와 동갑내기였다. 둘 다 외모를 가꾸는 것에 관심이 많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가난했다. 아무리 봐도 그들에게 필요한 건 쌀 같은데 그들은 화장품을 원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걸 주고 싶었다. 하지만 얼떨결에 그들이 원하는 걸 주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에게 약간의 권력 같은 걸 생기게 했나 보다. 내가 너한테 이만큼 주었으니 앞으로 열심히 살아라 라고 말할 수 있는 모종의 힘 같은 것 말이다. 잠시나마 그런 마음이 들어왔었다면 역겨워 치우고 싶다.      







나는 “하고 싶은 거 하며 사세요.”라는 말을 싫어한다.

하고 싶은 것 중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혹시 그중 몇 개라도 하고 있다면 그건 21세기 대한민국의 적당한 가정에서 태어난 덕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 중 할 수 있는 것은 한두 개 밖에 되지 않지만, 이 또한 완벽하게 운이 좋아서이다.

내가 따루와 같은 환경에서 살고 있다면 난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나 알까?         



 

나는 “꿈꾸세요.”라는 말도 불편하다.

꿈이 뭐냐는 질문에는 “호상이요.”라고 답하고는 넘겨버린다.




늘 여행을 꿈꾸던 쿠바인인 내 친구에게 희망의 노래처럼 말한 적이 있다. 너도 곧 나처럼 여행할 수 있을 거야. 그녀가 답했다.

“개구리가 말할 때쯤?”     

나는 “다 너를 위한 거야.”라는 말처럼 우스운 말이 없다.




따루 가족들과의 마지막 날, 나는 힘을 주어 말했다. 어떻게 계획을 짜야하고, 공부해야 하고, 한국에 와서 일하고 돈을 모으고, 다시 모국으로 돌아와 무슨 일을 해야 할지까지 섬세한 이야기를 내가 뭐라고 가족들과 나누었다. 다 너희를 위해서였다.

정말 그랬을까.



다 나를 위한 게 아니고?      











글/그림 :  두시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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