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션 열풍이 장난 아닙니다. 대부분 스타트업이라면 당연히! 노션을 쓴다 하겠지만 사실 노션은 회사 입장에서 새로운 '툴'의 용도이기 때문에 이미 다른 걸 쓰고 있었다면 노션 도입이 매우 큰 변화이며, 쉽지 않은 일일 수도 있습니다.
툴과 관련하여, 전에 들었던 세미나 중 플러스엑스(디자인 에이전시) 사례가 떠올랐습니다.
모 대기업 APP 작업을 진행하면서 스케치(툴) 도입이 가장 큰 어려움? 숙제? 였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해당 대기업은 윈도우 기반에 포토샵으로 작업을 해서, 스케치란 새로운 툴을 사용하려면 기존 PC까지 전부 애플 제품으로 바꿔야 했기에 설득하기 꽤 힘들었다 한 기억이 있습니다.. (스케치는 맥북에서만 사용할 수 있기에..)
디자인 에이전시에 스케치는 이게 제일 최적화되어 있는데.. 이걸로 하면 정말 좋을 텐데? 였을 것이고,
대기업에는 포토샵으로도 가능한데 왜 굳이?? 멀쩡한 PC까지 바꿔가면서?? 였지 않을까요..
세미나 당시 저는 대기업은 당연히 바꿔야 할 것을 왜 이제야 바꾸면서 앓는 소리를 했을까? 싶었는데 이 또한 회사에 다녀보니 더 좋다고 무조건 바꾸는 건 정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당히~ 필요한 작업은, 비용과 수고가 적당히~ 들어가는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이기도 하다는 경험을 느껴본 것 같아요.
이처럼 회사에서 사용하는 '툴'은 꽤 여러 의미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구성원, 교육, 비용, 시간, 효율 등 이외에도 따져봐야 할 것이 많고, 같은 툴이라도 회사 성격에 맞게, 업무의 고도화 정도? 에 맞게 굳이 안 써도 되는 툴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디자이너인 저에게 인디자인은 스케치와 같았고, 파워포인트(ppt)는 포토샵과 같았습니다.
특히나 문서 관련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어도비를 전 직원에게 다 깔아주고, 다 사용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툴이 아니라면 굳이 고집할 필요 없이 다수가 사용하고 있는, 혹은 할 수 있는 툴을 쓰는 것이 현명한 것 같습니다.
편집 분야에 조금의 애착이 있는 디자이너라면 인디자인을 사용하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습니다....)
저는 인디자인으로 문서를 만져야 더 전문적이고 난 이 정도의 디테일까지 만질 줄 알아~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문서 작업에 있어서 의외로 파워포인트에는 있지만, 인디자인에는 없는 기능도 있고, 빠르게 쳐내야 하는 문서 작업에서는 파워포인트가 더 편할 때도 있었습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인디자인은 비 디자이너에게 너무나 생소한 툴이라 문서 작업을 주로 하는 직군에는 너무나 새로운 툴이더라고요.
디자이너 하면 생각나는 포토샵과 일러스트는 이미지나 그래픽을 다루는 보편적인 툴이고, 최적화된 툴이 맞지만, 문서에서 만큼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파워포인트, 워드가 문서용 작업에서는 더 강자일 수도 있습니다.
파워포인트, 워드 등의 툴로 작업된 문서 작업은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수정 및 보완을 할 수 있습니다. 쉽다는 건 텍스트 변경 등의 간단한 작업은 필요한 사람이 직접 수정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파워포인트로 제작된 원본 파일은 크게 원본의 형태와 다르지 않을 확률이 높은 것 같습니다.
초기에는 회사소개서, 제안서 등의 문서 파일이 인디자인으로 작업되어 있었습니다.
레이아웃이나 텍스트에 있어 완성도를 높이기 위함도 있었고, 다른 크루들이 맘대로 수정할 수 없게 하려는 목적도 있었습니다(인디자인 툴이 없을뿐더러 있더라도 만질 수가 없기에).
간단한 수정도 항상 디자이너가 만져야 하는 구조였고, 그렇게 하면 퀄리티 있는 문서로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타 부서 입장에서는 디자인팀에 굳이 이런 거까지 부탁해서 수정하자니 번거롭고 시간도 오래 걸리니 최종 pdf 파일을 캡처하거나 이상한 형태로 변형을 하게 되면서 오히려 사각지대가 형성되어 이상한 형태로 사용되고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왜 이렇게 멋대로 사용할까 생각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다른 크루들도 제안서, 견적서 등을 빠르게 수정하여 보내줘야 하는데 그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루들 입장에서 사용성을 생각하지 못한 사용자 경험 디자인의 실패 사례였다고 나 할까요...?
회사는 디자이너 혼자만 일하는 곳이 아니기에, 비 디자이너 입장에서 사용하기 편하게 파일을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비 디자이너가 사용하기 편해지면 오히려 필요한 부분만 바꾸기에 이상한 형태의 변형이 일어날 확률이 줄어듭니다. 불편하면 곧 이상해지거든요.
주요 문서 작업 파일들을 파워포인트로 교체하고 나서는 필요한 부서에서 각자 알아서 수정하거나 응용하기 때문에 일의 번잡도나 마이너 한 업무들이 줄었습니다.
저희는 회사소개서 기반으로 제안서, 견적서 등을 많이 쓰기 때문에 자료 수정이 잦습니다. 지점 하나 오픈하면 지점 추가해주세요~ 추가 층 오픈하면 14층으로 바꿔주세요~ 인원을 40명으로 바꿔 주세요~ 등등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수정도 인디자인으로 작업을 해놓다 보니 디자이너는 수정하는데 시간을 빼앗기고, 필요한 부서에서도 바로바로 사용하지 못해 일의 효율성이 좋지 않았습니다.
피피티로 교체를 한 후 사소한 작업에 쓰이는 시간이 줄어드니 오히려 문서 양식 퀄리티 유지에 더 시간을 쓸 수 있었습니다. 큰 틀에서 더 디테일한 가이드를 잡아가면서 파워포인트에서도, 문서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는 가이드나 템플릿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상대가 할 줄 알게 되면, 결국 내가 대신해줘야 할 일이 줄어들고 그 줄어든 시간만큼 나는 더 중요한 일에 시간을 쓸 수 있구나.. 를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현재 저희 회사에서는 회사소개서, 이용 가이드, 운영 사이니지(안내문) 등 각 실무 부서에서 더 자주, 밀접하게 쓰이는 문서 작업 들을 파워포인트로 작업을 하여 최대한 실무자들이 편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거기서 디자이너의 역할은 그래도 어떻게 하면 더 내용이 돋보일 수 있게(특히나 시각적인 부분에서), 어떻게 하면 더 쉽고 최대한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중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결국 툴 사용 하나도 같이 일하는 직원들과 얼마나 효율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지를 고려하여 정해야 합니다.
디자이너이기 전에 한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현재 상태를 파악해 보는 관점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현재 회사에서 대다수가 사용하는 툴은 어떤 것이 있는지 파악해 보고 기존 사용하던 툴 내에서 가능한 범위이면 기존 툴을 잘 따르던지, 누가 봐도 효과적인 툴이 있다면 구성원들을 잘 설득하고 교육해서 바꾸든지 하는 시도나 태도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문서 작업에 있어서 저의 선택은 고도화된 인디자인 보다 보편적인 파워포인트를 따르자 였습니다.
가끔은 디자이너도 파워포인트(ppt)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