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X 디자이너라면 해당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나 상품이 어떻게 경험될지를 고려하고, 또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공간이 메인 프로덕트인 회사에서 어떻게 해야 사용자 경험을 개선할 수 있을지가 많이 고민되었습니다. 몇몇 사례를 통해 제 기준에서 사용자 경험을 개선시킨 경험을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현황
기존에는 <상판 타공형 / 전면 타공형> 두 가지 타입의 쓰레기통으로 사용되고 있었음.
문제 파악
<상판 타공형>
상판 위를 사용할 수 없다.(공간 활용도가 떨어짐).
뚜껑이나 스윙 덮개가 자주 고장 난다.(수리에 리소스가 들어감)
오물 등으로 쉽게 더러워지고 냄새나 미관상으로 좋지 않다.(청소 리소스가 들어감)
구멍이 크지 않으면 큰 쓰레기 넣기가 불편하다.
<전면 타공형>
전면 구멍 높이만큼 쓰레기를 버릴 수 없다.(공간 활용에 있어 비실용적)
→그래서 자주 쓰레기가 차올라, 자주 비워줘야 한다.(청소 인력 소모가 많이 들어감)
마찬가지로 쓰레기통 입구에 오물 등이 쉽게 묻어 더러워진다.
SO.
<서랍형>으로 변경.
구멍이 뚫린 곳이 없기에 미관상 개선됨.
서랍을 열면 쓰레기통 입구 전체가 드러나기 때문에 쓰레기를 넣으면서 오물 묻을 걱정이 없다.
서랍 안 공간 전체를 쓰레기통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쓰레기를 훨씬 많이 버릴 수 있다.(청소 인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현황
기존에는 문서 종이를 넣는 투입구가 상판 길이를 짧게 하여 위쪽에 투입구가 있는 구조.
문제 파악
옆 다른 서랍 혹은 쓰레기통 상판 높이가 비슷하여 사람들이 입구를 잘 찾지 못한다.
특히나 바로 앞에 서서 보면 투입구를 직관적으로 보기 쉽지 않다.
SO.
앞쪽 상판 면 중간에 구멍을 뚫어 문서를 넣는 투입구를 직관적으로 보이게 개선.
현황
입주사들이 본인 호실을 표현하고 싶은 수요가 파악되어 각 호실별 <로고 프레임>을 설치함.
로고 시트지가 붙여진 아크릴 판을 좌우로 뺄 수 있는 형태로 입주사가 바뀔 때마다 아크릴 판을 바꿔주는 형식.
문제 파악
좌우로 빼기에 문 폭이 아크릴 판보다 좁아서 삽입된 아크릴 판을 뺄 수가 없었음. 그래서 다시 떼어내어 검정 철제 판 자체를 자석 형태로 부착할 수 있게 재부착..
→ 아크릴 판을 바꿔줄 때마다 전체 프레임을 떼어내야 하는 번거로움 발생
도어를 여닫을 때 관성 때문에 좌우로 이동하며, 아크릴 판 위치가 변함.
→ 결국 맨날 제자리를 끼워주어야 하는 수고가... 발생. (관리의 리소스가 너무 들어가 버리는 형태가 되어버렸다..)
SO.
위에서 아래로 삽입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서 문 폭에 상관없이 교체할 수 있고, 관성에 따라 움직이지도 않게 수정.
또한, 아크릴 판도 투명 아크릴 + 종이로 변경하여 단가는 낮추고 퀄리티는 올렸다.
(기존에는 아크릴 판 자체를 변경해야 해서 개당 2-3만 원 단가. 투명 아크릴 + 종이로 변경 이후에는 종이만 갈아 끼워 2-3천 원대로 낮춤 / 이 정도면 단가의 혁신 아닐까^^)
현황
우측으로 운행되는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지점에서 고장이 잦아 점검 진행.
알고 보니 에스컬레이터가 일제라 좌측으로 운행이 되어야 했었다.(반대 방향으로 운행하고 있어서 고장이 잦았다) →기존과 방향을 바꿔 좌측으로 운행
문제 파악
기존에 우측통행이었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통행이 우측 보행이다 보니..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반대 방향으로 가서 사고 위험성이 높아짐.
에스컬레이터 앞쪽이 물기가 묻으면 매우 미끄러워 특히나 비 오는 날에는 위험성이 더 커짐.
SO.
보통 많이 쓰는 시트지 등으로 방향을 표시하려 했으나 부착위치도 애매하고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그래서 직관적으로 방향을 인쇄하여 동선에 혼동을 줄이고, 물기도 닦일 수 있는 발판을 제작 및 설치.
현황
창가 쪽 라디에이터가 있는 곳에 상판을 제작하여 창가 쪽을 바라보는 형태의 바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었음.
문제 파악
라디에이터를 가릴 목적으로 라디에이터 폭과 동일한 폭으로 책상 제작
→그래서 의자에 앉으면 무릎이 라디에이터에 부딪혀 들어가지 못해 불편하다.
SO.
라디에이터 폭보다 더 넓은 폭으로 제작하여 라디에이터도 가리고, 무릎도 들어가 이용도 편하게 할 수 있게 개선.
크게 생각나는 사례들을 적어 보았는데, 실제로 읽어보면 이게 그래서 뭐? 할 수도 있고 크게 변화를 못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역시 고객 입장에서 '직접' 겪어봐야 한다는 것을 한 번 더 깨달았습니다.
디자이너라고 앉아서 예상이나 이론에 따라 컴퓨터만 두드리기보다는 현장에 나가서 타 직군들과 얘기도 해보고, 실제 고객 접점인 곳에 상주해 보기도 하고, 고객 입장처럼 이용해 보면서 생산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보는 경험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실제 대부분의 문제를 직접 써보거나, 현장에서 일하시는 크루, 고객들의 목소리를 통해 파악할 수 있었거든요.
문서수거함도 커뮤니티 데스크에 앉아 있었는데 입주사분이 오셔서 문서수거함이 잠겼는데(문서수거함은 보안 때문에 잠겨져 있음) 어떻게 사용하냐 하시길래 보았더니 입구는 가려져 보이지 않았고, 에스컬레이터도 방향이 바뀐 걸 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반대 방향으로 가서 다칠 뻔한 상황도 있었고, 바 테이블도 직접 앉아보니 너무 불편해서 별로 앉고 싶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앞서 말한 것처럼 저희는 공간 기반의 프로덕트를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에 최대한 열심히 돌아다니며 이곳저곳 방문 및 이용을 해보는 경험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고객 접점에 있는 커뮤니티 매니저와 친분을 유지하면서 그들 입에서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 VOC나 개선할 수 있는 요소를 캐치! 하는 것도 공간 기반의 BX 디자이너가 필요한 역량 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굉장히 체력도 은근 중요한 거 같고... 노는 거 같아 보이는 시선도 참아야 하고.. 하는 그런...^^)
사실 저는 위에 같은 사항이 시각적인 포트폴리오로 어떻게 쓰일 수 있을까 참 고민이 많습니다.
제가 인테리어 디자이너라면 모를까 전 그래픽 기반에 BX 디자이너이니까요. 그렇지만 이런 일들을 하면서 이런 생각도 많이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브랜드 경험이란 단순히 보이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접점에서 사용성이 개선되거나 좋은 인상을 남겨줘야 한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저만의 강점을 쌓아 간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