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년 8개월 동안 한 스타트업에 있으면서, ONE&ONLY 주니어 디자이너로 일하며, 느낀 점을 적어보았습니다. (다양한 글들을 통해 도움을 얻었던 것만큼 이 글도 단, 한 명이라도 도움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내가 일하는 회사는 무슨 산업군인지, 어떻게 사업을 하는지, 어떠한 상품 및 서비스가 있는지, 어떻게 파는지, 어떻게 고객과 소통하는지 등 회사를 알아보려 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디자이너라고 (특히나) 시각적인 요소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당장 우리 회사가 무슨 회사인지, 내가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파악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흔히 말하는 비즈니스 관점으로 바라볼 줄 아는 디자이너..... 가 되고 싶다..)
결국 디자이너는 좀 더 사용자 경험을 기반하여 제품 및 서비스를 시각적인 요소로 나타내는 역할이라 봅니다. 본인이 속해 있는 회사의 사업조차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는 좋은 디자인이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요..? 우리 회사의 디자인 영역을 책임지는 구성원.이라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디자이너 역할을 명확히 인지 못 하는 곳이라면, 원하는 일을 줄 때까지 기다리기보단 내가 먼저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도 방법입니다.
디자이너와 일한 경험이 없는 구성원이 대다수인 곳에서는 정말 순수하게 디자이너가 무슨 일까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그냥 뭐 스티커 발주 넣고... 광고 배너 만들고.. 리플릿 만들고... 정도...? 아닌가요..?)
디자이너의 명확한 R&R 없다면 내가 만들어 간다고 생각합시다! 저도 직접 할 일을 굳이 찾아 나섰습니다! (열정이 많았었네요...^^)
사업개발, 인테리어, 세일즈, 커뮤니티, 운영, HR 등 모든 부서의 일에 디자인이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을 찾아가면서 디자인 업무 영역을 늘려갔고 점차 디자인 R&R을 만들어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디자이너 추가 채용도 하게 되었습니다!)
더해서 일하는 것을 티 내자!
디자인의 역할을 모르다 보니 실제 티를 안 내면 무슨 일을 했는지도 모르거나, 이거까지 디자이너가 해요? 나, 역으로 이건 디자이너가 하는 거 아니에요? 등을 꾸준히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소한 것이라도 동료들의 의견을 여쭈어본다. 라거나, 담당 부서에서 이 디자인이 실사용 문제가 없는지 라는 등의 명목(실제 그런 의도이기도 했습니다)으로 타 부서에 여러 의견을 제시하고 또 그런 것을 리더한테 지속해서 공유 및 보고를 했었습니다.
나쁜 의미가 아닌, 사수를 기대하며.. 기다리다가.. 시간 보내지 말고, 상황을 받아들입니다. 그럼 스스로 더 악착같이 뭐든 배우려고 노력하거나, 이런저런 문제 해결의 통로를 찾아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신입인데 사수가 없으면 불안합니다. 사실 아직도 불안합니다..ㅎ.. (신입인 내가 디자인한 이걸 그냥 내보낸다고? 그래도 돼? 정말? 진심? 나도 날 못 믿는데? 나를 믿어? )
하지만 곧 사수를 뽑아주겠지 등의 기대는 애초에 버려두고 내가 디자인 책임자다! 는 생각을 가지고 업무를 대하는 태도가 더 도움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업무에 있어서 더 전문적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특히나 디자인과 관련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생각・태도・능력 등도 기를 수 있었습니다.
결국 회사의 모든 디자인이 내 얼굴이 되는 격이라 더욱더 책임감과 애정을 가졌던 것 같아요.
(BUT. 모든 경우는 저의 성향과 맞았기 때문이지 아닌 경우도 있을 거라 봅니다.)
말 그대로 디자인도 영업이라 봅니다. 내 디자인이 빛을 보기 위해 회사 동료들, 상사들에게 디자인을 팔아 최종을 결정지어야 합니다. 단순 기깔나는 비주얼뿐만 아니라 논리적인 근거로 잘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 설득의 근거를 만들기 위해 노력도 해야 하고 그 부분을 고려하며 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학교는 교수님이 과제만 해가도 평가를 해주십니다. 그러나 사회에서는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에 반영돼야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실제 디자인이 반영돼야 디자인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내 디자인이 최종으로 선택되어 반영되기 위해 일단 내 디자인을 회사에 팔아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틈틈이 평소에 설득의 요소로 쓸 수 있는 아티클이나 기사 등을 정리해두는 편입니다.
회사 내에 디자이너 사수가 없다면, 다른 부서 일잘러 동료들에게 무언가라도 배워보려 합시다.
저 같은 경우,
대기업에서 오신 분께 프로세스 정립/매뉴얼 만들기/통찰력을 가진 시각・시선을 배웠고,
다른 스타트업에서 오신 분께 문서정리/메일 소통 등을 배웠고,
다른 직군 동료한테 고객을 대하는 태도/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방법 등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모두가 힘들어하거나 꺼리시는 분들.. 을 보고 저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 하는 점도 배울 수 있다면 배울 수 있는 점이라고 봅니다.
이처럼 오히려 디자인 외적으로도 배워야 할 점도 많고, 그 점을 잘 배울 수 있는 동료들이 있는 것도 중요합니다. (전 디자이너 사수는 없었지만 좋은 동료들이 많았습니다!)
디자인은 다양한 상황과 요소가 담겨 있는 결과물입니다. 직접 경험한 과정이 아니라면 수많은 환경과 요소, 배경 등을 파악하지 못하고 결과물만 보게 됩니다. 그 결과물만 보고 그 디자이너를 판단하지 말자!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진짜 말도 안 되게 부족했거나, 예산이 말도 안 되게 부족했거나, 강한 세력으로부터 디자인에 대한 권한을 잃어 사실상 손만 대었거나.. 등의 이유로 디자이너 의도대로 안된 경우가 많았을 것입니다.
역으로 내 상황도 모르고 내 디자인을 격하게 디스 한다면(비평이 아닌 비방) 너무 속이 상할 것 같거든요! 결과만 보고 그 디자이너의 역량을 판단하지 맙시다!
사실 디자이너에게 있어서 편하지 않은 부분이지만, 제품이나 서비스를 낼 때 일정이 타이트하고 긴급할 경우에는 디자인을 후 순위에 두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디자인에 목메다 전체가 틀어질 바에는 최소한의 디자인 등으로 융통성 있게 대처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에 이런 문장을 본 적이 있습니다.
완벽보단 완성을 목표로 하자.
정확히 이 문장은 아니었지만 이런 뉘앙스의 문구였습니다. 저는 이 문구가 결국 완벽을 추구하다가 완성도 못 하면 이후 기회가 없지만, 일단 완성하면 이후에 완벽을 추구할 기회는 온다는 식의 의미로도 받아들여졌습니다.
초기 스타트업 디자이너라면 다양한 디자인 업무를 하겠지만, 그중에서도 본인이 앞으로 나아갈 커리어와 관련된 업무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많은 글에서 알려주듯이 디자이너가 혼자라면 사실 분야에 상관없이 정말 모든 것을 합니다. 저만해도 초기에 기획/광고/웹(퍼블리싱)/콘텐츠/사이니지/브랜드/발주 등등 난이도가 낮은 범주 수준에서 다양한 디자인 업무를 했습니다. 이후 회사가 성장하고 인원이 충원되면서 담당자가 별로 업무가 나누어졌습니다.
그때 저는 제 커리어로 성장하고 싶은 영역에 대해 지속해서 가져가겠다. 말씀도 드렸고, 해당 부분의 업무는 지속해서 담당하고 있었기에 그 업무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초기에 어쩔 수 없이 다 하더라도 꼭! 추후 나를 위해 나만의 칼을 갈고 있는 것도 꽤 중요하다고 봅니다.
여러 배운 점들이 많았지만, 특히나 태도/생각/마음가짐 적으로 배웠던 점을 기록한 글입니다. 스타트업, 디자이너, 혹은 기타 비슷한 상황이라도 그 상황마다 다를 테니 참고용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다음엔 일하며 배운 습관 및 노력과 관련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생각보다 매우 게을러... 빠르게 글을 가져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빠르게 다음 글도 써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