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가 좋다

산책 2

by 별똥꽃

한가한 일요일 오전

오늘은 꼭 강 끝까지 가겠다고 마음먹고

평소와 달리 일찍 산책을 한다


매일 오는 곳이지만

볼 때마다 항상 새로워

이것저것 카메라에 담는다


상처를 치유하는 물소리와 가슴을 뚫는 바람 소리

속세의 번민을 잠시 잊게 하는 꽃향기는

내 영혼에 고스란히 담는다


좀 더 멀리 가보니

담너머 탈출을 계획 중인 나팔꽃도 보이고

꽃과 시가 어우러진 전시회도 한창이다


어느새 강 끝까지 다다르니

이곳은 끝이 아닌 다른 강과 만나는 지점

나는 한동안 고민한다


이제 왔던 길로 되돌아 갈까?

이 길의 끝까지 무작정 가 볼까?

마치 인생의 귀로에서 망설이기나 하는 듯


갈대들의 무도회를 감상하고

맨드라미 꽃말을 마음에

나는 결국 되돌아 선다


내 마음이 선곡한 노래를 부르며 돌아오는 길

십 키로 남짓 걸은 다리 아파 오지만

정작 더 아픈 것은 제자리걸음 하는 마음이다


추억은 노래로 달래고

그리움은 시로 달래며

허수아비처럼 이곳에 덩그러니 남았다


느릿느릿 가는 나를 짖듯 뛰어가는 무리들

나도 달려가고 싶지만

내 몸은 내 마음을 애써 외면한다

집에 오니 벌써 오후 한 시

이미 식어버린 점심을 먹고

새벽에 잃어버린 잠을 찾기 위해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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