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철학관

by 별똥꽃

미애는 남편에게 현구와 연락했던 것을 고백하고 난 후 한참 동안 계속 현구 생각을 했다. 미애는 하루에도 몇 번씩 현구와의 재회 그리고 이별을 상상했다. 미애는 도대체 무엇이 자신과 현구를 이토록 지독하게 붙잡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했다. 미애의 남편은 이해심도 많은 편이고 미애에 대한 애정표현도 항상 적극적이다. 둘은 겉으로 볼 때 평범하고 다정한 부부다.


어느 날 미애는 시내에서 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한 철학관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관상인은 앞의 손님들 사주를 보고 있었다. 앞의 손님들이 사주를 다 보고 나간 후에 미애가 관상인 앞에 앉았다. 그리고 미애는 관상인에게 궁합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미애는 남자와 여자의 생년월일을 댔다. 관상인은 먼저 남자의 사주를 보더니 지혜롭고, 영리하고, 준법정신이 강하고, 소신 있고, 당당하고, 그릇이 크지만 보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여자는 의리와 신의가 있고, 부드러우면서 내성적이라고 말했다. 남자와 여자의 사주에 의하면 둘의 성격, 겉궁합, 속궁합, 그리고 전체적으로 볼 때 아주 좋다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관상인은 미애에게 두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미애는 여자는 자신이고 남자는 예전에 헤어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미애의 눈에서 눈물이 글썽였다. 그리고 지금은 둘 다 가정이 있어서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거라고 미애는 덧붙였다. 매일 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과 궁합이 좋은들 무슨 의미가 있는가? 미애는 계산을 하고 일어나면서 관상인에게 자신의 치부를 보인 것에 대한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얼굴을 붉혔다.


관상인의 말이 얼마나 일리가 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아마도 답답한 마음에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가는 곳이 철학관일 것이다. 거기 가서 듣고 싶은 말만 선택적으로 듣고 본인이 편한 대로 해석을 하고 위로를 받고 돌아서는 곳일 것이다. 관상인이 요구하는 금액도 그 사람의 사연과 재력에 따라 다르게 메기는 것 같았다. 어찌 됐건 미애는 심리치료를 받은 셈 치고 달라는 대로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자신의 바보 같은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났다.


미애와 현구가 다시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미애와 현구가 부부의 연을 맺을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미애는 두 사람의 지독한 인연의 끈을 어떻게든 잘라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로에 대한 아쉬움으로 다시 돌아보기에는 미애 쪽도 현구 쪽도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미애는 다시 한번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해 반성하며 앞으로 더 열심히 현구를 잊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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