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자연인이고 싶다
버리면 가질 수 있는 삶
한참을 걸었다
분노는 나의 발걸음을 바삐 옮겼고
강에 물고기가 뱃대기를 보이며 자빠져 있었다
분명 죽은 것이리라
저 물고기를 죽게 한 것은 무엇일까?
배고픔일까?
더러운 강물일까?
병일까?
아님 외로움일까?
방구석에 처박혀 벌써 몇 달을 보냈는지 모른다
다른 해 같았으면 봄에 꽃이 폈다고
울고 짜고 있었을 것을
꽃이 핀 것도 진 것도 모른 채 한 계절을 보냈다
여름이 오는지 벌써 해는 일찍 나와
저녁 늦게까지 열일을 하고
외투를 벗은 사람들 틈으로 가끔씩
짧은 소매와 짧은 바지를 입은
성급한 사람들도 보인다
'누구한테 전화를 할까?' 잠시 생각을 해보니
여태껏 앞만 보고 달리느라
제대로 사귄 친구 하나 없다
강둑에 걸터앉아 내 생각을 살피고 있는데
저만치 수달이 바위 위에 걸터앉는 것이 아닌가?
사진기를 꺼내 찍으려고 하는 찰나에
고등학교 후배한테서 전화가 왔다
말로만 듣던 수달이 눈에 보이는데
놓칠 수 없어서 전화를 끊었다
몇 분을 기다리니 수달이 헤엄을 쳐서
내가 있는 쪽으로 오는 것이 아닌가?
다행히 수달님의 귀한 인물 사진을 한컷 찍었다
그리고 후배에게 전화를 걸어
한참 동안 수다를 떨었다
애들 학교 얘기며 사춘기 얘기며
앞으로 오 년에서 팔 년 정도 남은
남편들 퇴직 얘기며
은퇴하고 어디에 살 것인지 등등
한참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동네에 도착했다
후배가 늦은 밤길에 혼자 걷는 나를 걱정해 주길래
나를 만날 다른 사람들을 걱정해 주라고 했다
요즘에는 정말 눈이 뒤집힐 정도로
열 받을 일이 계속 생겨서
어느새 나는 악바리 아줌마가 돼 있기 때문이다
층간 소음 때문에 윗집은 물론
관리 사무소 경찰서 환경부 산화 기관까지
들이밀고 다닌 터라
우리 아파트 단지의 요주의 인물이 되었다
이런 내가 너무 낯설다
나는 싸움을 즐기지도 않고
사람들 만나는 것조차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요즘 시간 날 때마다 챙겨 보고 있는
<나는 자연인이다>의 주인공들을
사실 무지막지하게 부러워하고 있다
평소 일반인이 일 년에 한 번 가볼까 말까 하는
휴가철 캠핑 같은 생활을
아니면 부유한 사람들이 주말에 즐기는
주말 농장 같은 삶을
그들은 365일 즐기며 사는 것이 아닌가?
집을 나선 후 분노에 쌓여 발걸음을 옮기면서
사실 나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대로 계속 걸어서 산에 들어가서 나도 자연인처럼 살고 싶다'
버려진 집 고쳐서 살고
하루 세끼 먹는 것에만 집중하고
사람들이나 일에 치이지 않고 자연 속에서 사는 삶
그런 삶을 사는 것이 내가 바라는 삶이라면
돈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내 생명을 단축시켜가며 이렇게
애터지게 살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산에 가서 살겠다는 생각을 하기 전에는
산속 바위에 누워서 나무 틈으로 보이는
하늘 한 점을 바라보는 여유가 너무 달콤했었다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놓아야만 가능한 삶이다
가족도 직장도 편안한 노후에 대한 희망도
현재 가진 것을 모두 버려야만 이룰 수 있는 삶
나도 자연인이고 싶지만 될 수 없는 이유다
꿈은 자연인 현실은 악바리 아줌마
별-똥-꽃
꽃이 머무는 시간은 너무나도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