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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Apr 30. 2019

찢어진 청바지

내가 좋아하는 옷

 대학을 다니던 무렵에 찢어진  바지가 처음으로 유행했다. 그때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은 찢어진 청바지를 입었고 청바 다리의 한쪽 면을 뜯어서 청치마로 만들어 입기도 했었다. 나는  시절 가난한 대학생이었고 패션을 따라갈 경제적 또는 심리적 여유가 없었다. 동대문 시장 좌판에서 3천 원짜리 옷을 입고 나름 자신 있게 대학 캠퍼스를 누비고 다녔다. 사실 그때는 아무 옷을 입어도  맞았고 잘 어울렸다. 


멀쩡한 옷을 찢어서 입는다는 것이 나의 정서에 맞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젊은 시절에는 찢어진 청바지를 입어  적이 없다. 젊었을  내가 소장한 옷의 대부분이 청바지고 지금도 나는 다른 보다 청으로  옷이 많다. 하도 자주 입어서 닳은  대부분이다. 내가 버는 돈으로 여유롭게 옷을  입을 만도 한데 나는 나에게  쓰는 것을 아끼는 이다간혹 옷을 사면  거의다 청바지, 청치마, 청재킷에 청조끼다.


최근에는 찢어진 청바지와 반바지도 가끔씩 산다. 예전 같았으면 정장을 입고 가야 할 직장에 나는 청바지 티셔츠 입고 운동화 차림으로 간다. 이렇게 자유로운 복장으로 출근을 하지만, 그래도 휴일이면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 찢어진 청바지는 직장에 입고   없는 옷이기 때문이다. 뚫어진 구멍에 바람이 솔솔 불어 들어와도 구멍 위에 양쪽으로 간신히 걸려있는 실 가락을 보면 어쩐지  신경 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 어질지 모르지만 힘겹게 매달려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장하기도 하다.


나는 불혹을 넘긴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찢어진 청바지에 염색을 하고 다닌다. 찢어진 청바지도 염색도 내가 젊었을 때는 하지 않은  들이다. 누가 그랬던가? 지랄 총량의 법칙이라고... 젊었을     것을 이제야 하고 다닌. 최근에는 남의  신경 안 쓰는 사회 분위기로 그나마 다른 사람들에게 눈총은 받지 않으니 다행이다.  아이를 출산했고 현재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일을 하다 보니 몸은 예전보다 많이 부어있지만 그래도 나는 꿋꿋이 염색한  머리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멋에 산다. 아마도 변하지 않은  예나 지금이나 내 또래의 사람들이 따라 하는 유행을 좇지 않고  멋에 사는 것인가 보다. 이다음에 백발이 어서도 긴 머리에 청바지를 입고 다닐까? 그때는 찢어진 청바지에 염색머 자제해야 지도 모르겠다. 그런 건 그때 가서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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