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주저리

by 별똥꽃

토요일

어제 잠들기 전에 읽기 시작한 책을 마저 읽었다

신경 끄기의 기술

원제는 더 노골적이다

The Subtle Art of Not Giving A Fuck


책을 다 읽고 낮잠을 잤다

세 시간가량을 자고 일어났더니 배가 고팠다

라면을 끓이고 싶은데 실내 온도를 높이긴 싫다

오징어 버터구이를 먹었더니 맥주 생각이 난다

어제 사 둔 맥주를 마셨다


휴대폰은 몇 시간 째 알림 하나가 없다

내가 신경을 끄고 사는 세상이

나에게 신경을 끈 것이다

너무 애쓰지 말라

생존을 위해 어떤 고통을 감내할 것인가?


그 책은 말한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나의 책임이라고

삶은 고통의 연속이라고

뭔가를 선택하는 건 뭔가를 포기하는 거라고

죽음을 염두에 둬야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내가 너무 신경을 많이 쓰고 살았구나

내가 너무 행복에 집착했구나

내가 너무 잘하려고 노력했구나

내가 너무 힘들게 살았구나

바보처럼 살았구나


티브이에 말모이라는 영화를 한다

전에 보고 싶었는데 못 본 영화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낫단다

나는 언제나 혼자 열 걸음을 간다

그러니 늘 힘들 수밖에


이제는 너무 애쓰지 않을 것이다

나의 삶과 죽음에 세상은 그다지 관심이 없다

나는 내 인생만 책임지면 된다

나는 내 고통을 선택하고 견디면 된다

한 걸음을 같이 할 열 사람을 끝끝내 못 만난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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