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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Oct 18. 2020

층간소음 피해의 여러 가지 형태들

우리 가족이 평수 다이어트를 하고 현재의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된 지는 2년 2개월 전입니다. 이 글은 저의 체험담과 현재 층간소음을 공통 관심사로 자주 소통하는 문정윤 작가님과의 대화에서 영감을 얻어 적게 됐습니다. 이 글의 초안은 문정윤 작가님의 [양면성]이라는 매거진에 실린 "층간소음의 명절, 휴일, 다시 평일: 누구보다 빠르고 남들과는 다른 층간소음을 맞이하는 법" (Oct 06, 2020)에 단 저의 댓글입니다.


개인적으로 볼 때, 층간소음이 우리 일상에서 항상 일어나는 너무도 보편적인 문제이고, 한국의 주거 형태가 주로 아파트 위주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한국 사회의 고질병이지 않나 생각됩니다. 층간 소음 피해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 조사와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알리기 위해, 이 글에서는 층간 소음 피해의 양상들 그리고 다음 글에서는 층간소음 해결을 위한 방법 제시를 해 보려고 합니다.


층간소음 피해는 한 개인이나 가정의 생활에서 심리적,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언어적, 그리고 중독 현상 전반적이고 포괄적으로 나타납니다. 저는 어떤 문제가 있는 경우에 대책을 찾고,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이라서 현재 층간소음 해결책으로 제시된 여러 가지 방법을 거의 다 활용해 보았지만, 층간소음을 해결할 수 없어서 장기간 층간 소음에 노출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아까 언급했듯이 주로 저의 개인적인 경험이 바탕이 되었음을 밝힙니다.


1) 층간 소음이 심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말 그대로 사람을 미치게 합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 기상을 하고 (작가님께서 이미 언급하신 바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강제로 수면을 하기도 합니다. 강제로 장시간 외출을 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집안에서의 스케줄을 정하고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분노 장애와 극심한 우울감을 겪게 되기도 합니다. 이런 증폭된 분노와 우울감은 또 다른 문제를 낳게 됩니다. 이차 피해, 중독 현상에 관한 것은 다른 부분에서 다시 다루겠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가서 쉴 수 있는 곳으로써의 주거지의 기능을 상실해 버린 아파트에서 장기간 생활하다 보면 이런 분노 장애나 우울증으로 시달릴 수 있습니다.


2) 층간 소음이 정신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심리적으로 미친 상태가 되다 보니, 집에서 온전한 정신을 갖고 생활하기 힘듭니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살인에 대해서는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층간 소음으로 시달리다 못해, 올 초에 녹음기, 방범 스프레이와 알람, 귀마개 등을 구입했습니다. 층간 소음을 멈추라는 저의 요구에 불응하고 오히려 보복성 소음을 내는 윗집으로 인해 경찰을 부른 적도 있고, 한 동안 방범 스프레이와 알람, 녹취기 등을 가지고 외출한 적도 있습니다. 소음이 날 때마다 녹취를 하고 소음 일지에 기록을 하고, 윗집과 밖에서 부딪혀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서 녹취기를 가지고 다니는 편집 증상을 보였습니다. 이중 일부는 아직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심할 경우 피해망상이나 정신착란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3) 층간소음이 신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층간소음에 시달리며 재택근무를 하다가 여름휴가를 보내고 다시 재택근무를 시작한 팔월 말 시작된 피부염이 낫지 않아 아직 항생제를 먹고 연고를 바르고 있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몸에서 열이 나고, 가려운 증상을 보이더니 두드러기 같은 것이 등에 퍼져있는 그런 상태입니다.  작가님께서는 소음으로 인해 식사 때마다 체할 것 같은 증상을 호소하셨습니다. 불규칙한 수면으로 인한 수면장애,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없어 생기는 식욕부진, 아니면 반대로 스트레스성 음식 과다 섭취 또는 위장장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소음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마시기 시작한 술이 일주일에 삼일 연속 이어지는 알코올 중독 증상까지 동반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다행히 항생제 치료 중이라 술을 마실 수 없습니다.)


4) 층간소음이 사회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층간 소음의 고통을 위층, 관리 사무소, 경비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경찰서, 아파트 동대표 등 여러 곳에 호소하다 보니, 문제 해결에 관심, 의지, 또는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저는 자신들을 귀찮게 하는 존재가 돼 버렸습니다. 처음부터 모두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마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 없는 현실에서 오는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인 것 같습니다. 저 자신 또한 이 점을 인식하고 있고 또 문제 해결을 위해 한정된 노력과 성의를 보여주시는 것에 감사드립니다. <언제 층간소음 가해자와 마주 칠 지 모른다>라는 불안감을 갖고 생활하다 보니, 엘리베이터나 빌딩 입구 등에서 마주치는 이웃들과 편하게 또는 반갑게 대화할 수 없는 사회성 장애도 동반합니다. 스치는 이웃에게 먼저 말을 걸거나 먼저 웃으며 인사하지 않는 무례한 이웃이 되기도 합니다. 사실 지옥 같은 아파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그리 반갑지도 않습니다.


5) 층간소음이 언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제가 하는 일은 바르고 고상한 언어를 써야 하는 직업군에 속합니다. 하지만 층간 소음으로 갑자기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혹은 자동 반사적으로 (다른 해결 방법이 없기 때문에) ㅁㅊㄴ, ㄱㅅㄲ, ㅆㄴ, 등의 거친 말들이 필터 되지 않고 튀어나올 때가 있습니다. 어떤 때는 세상에서 가장 심한 욕과 저주를 찾아서 쏟아붓고 싶은 심정이 들기도 합니다. 직장에서의 저와 집에서의 저는 언어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지킬과 하이드 같습니다. 이런 부정적인 언어 습관이 가지고 올 장기적 피해 또한 가볍게 생각할 수 없습니다. 바르고 고상한 언어를 써야 하는 직장에서 스트레스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자동반사적으로 불순한 언어가 튀어나와버리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6) 층간 소음으로 야기된 중독 현상


마지막으로 층간 소음으로 인한 중독 현상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문 작가님의 경우에는 층간 소음을 피해 주말에도 출근을 하십니다. 저도 주말에 장시간 강제 외출을 하다 보면 찾는 도피처 중에 하나가 직장입니다. 주말에 직장에서 뭘 하겠습니까? 당연히 일을 합니다. 일과 생활의 균형은 깨어지고,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주말에도 열심히 일하는 충견이 됩니다. 일 중독 증후군이죠. 아무리 이 방법 저 방법 찾아봐도, 해결책이 없는 현시점에서 오는 무력감으로 인해 일 년에 한두 번 하던 술은 어느새 일주일에 두세 번 하게 됩니다. 연휴가 있을 때는 매일 술을 마시는 알코올 중독 증후군을 보입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로 인해 생긴 질환이 있으면 그것을 치료하기 위해 약을 먹어야 하고, 치료기간이 길어지면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기거나 약 의존성이 생겨 약 중독 증후군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층간 소음은 한 개인 또는 한 가정에 극심한 영향을 끼칩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가정의 화목도 보장되지 않습니다. 층간 소음은 <예민한 사람>만이 겪는 아주 사소한 문제로 치부되어서는 안 됩니다. 층간소음 피해자들의 모임 <Anti-Noises Anonymous Association>을 만들어서 층간 소음의 실상과 해결책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와 층간 소음 피해자의 정상적인 생활을 위한 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층간 소음 해결 방법들(경고: 상당히 창의적입니다)을 적어 보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신 심리학자, 법학자, 정치가, (정신) 의학자, 사회 복지사, 건축가  등 이 분야와 관련이 있거나 사회에 영향력이 있는 분께서 층간 소음 피해 양상과 해결책에 대해서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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