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은 정말 가시밭길을 걷는 것 같다. 잘 대해 주면 이용당하고, 눈 감으면 코 베이고, 불만을 토로하면 찍히고, 말하지 않으면 바보 취급당한다.
최근에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다. 나의 전문 분야를 다른 직원이 꽤 차고 가려고 했다. 이럴 때 흔히 Stepping on someone's toes라는 표현을 쓰는데, 내가 남한테 발가락이 밟힌 것이다. 그 사람은 평소 아부 근성이 강하고 나보다는 호감형임에는 틀림이 없다. 실력주의를 택한 나와는 반대 노선인 처세 주의를 택한 것이다. 조직에 몸을 담고 일을 하다 보면, 직속 상사의 지시가 조직의 규정에 맞지 않을 때가 있다. 그때는 어떻게 하겠는가? 나는 원칙주의자라 규정을 따른다. 직속 상사가 당연히 좋아할 리가 없다. 하지만 나는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직속 상사에게 충성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직속 상사가 나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고 해도, 나에게 결점이 없는 한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내 발가락을 밟은 사람과 나의 직속 상사의 협작에서 나의 위치에 피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했던 것이다. 나는 규정을 따랐고,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존재를 분명하게 각인시켰다.
또 다른 사건은 온라인 회의 중간에 간부 중의 한 명이 예고 없이 참관을 한 일이다. 회의에 참여했던 사람 중의 한 명은 계속 자기 말만 했다. 남들이 듣고 있기에 지치는지도 모르고 계속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입을 닫아 버렸다. 평소에는 자유 토론하는 분위기인데 갑자기 참관을 당하고 분위기가 어색해진 상황이 돼서 누군가 나서야 했다.
나는 중간에 참여한 간부에게 인사를 건네고, 그 사람이 등장하기 전 회의 상황을 간략하게 말해 주고, 현재 우리가 어떤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에 대해서 소개를 했다. 그리고 입을 닫은 다른 사람들을 대화에 끌어들였다. 한 사람이 말을 마치고 나면, 그 사람의 요점을 확인하고 피드백을 보낸 후에 아직 말하지 않은 사람을 대화에 끌어들였다. 그리고 다시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식으로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 간부가 떠나기 전에 말할 기회도 챙겨 주었다. Brown-nosing과 거리가 먼 내가 상당히 정치적으로 일을 처리한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참관을 했던 간부는 아주 흡족해했고 회의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회의에 있던 사람들 중에 나는 나이가 제일 어리다. 근무 기간도 그들에 비해서는 짧다. 그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자란 사람들이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회의를 이끌어 가야 하는 위치에 놓이게 된 걸까? 나의 분석으로는, 자신만을 생각하는 그들에 비해 나는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인 것 같다. 받으려고만 하는 그들에 비해 나는 나누는 것이 각자에게 이익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결국 <철학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가에 대해서만 고민할 때, 나는 한 팀으로서 우리가 어떻게 평가되는가에 대해 고민했다. 나 혼자 잘나 보이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얼마나 유능한 팀인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운 좋게 이렇게 넘어갔다. 하지만 사실 우리 팀이 갈 길은 멀다. 어떤 이는 말만 하고 듣지 않는다. 어떤 이는 회의 참여가 선택적인 행위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언어나 사고 면에서 답답하다... 한 팀이 돼서 일을 한다는 것은, 다른 멤버에게 팀워크 기술을 가르쳐야 하는 부분 또한 내재되어 있다.
오늘은 평소에 소통이 잘 되지 않는 상사에게 업무상 필요한 물품을 조달받기 위해 로비를 해야 했다. 편법을 쓴 것이다. 역시 통했다. 협조 공문을 보내고도 협조를 받지 못한 사람에게서도 로비를 통해 협조를 얻어냈다. 사회생활이 참 치사할 때가 있다. 만약 모든 것이 give n take이거나 go by the book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 않기 때문에 항상 Plan B가 있어야 하고, 편법을 써야 할 때도 있다.
이제 겨우 주 중반인데 벌써 너무 많은 사건이 있었다. 그래도 하나하나 잘 헤쳐나가는 자신이 자랑스럽다. 내가 배 째라는 식으로 자신 있게 혹은 오만하게 굴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나는 늘 되도록 완벽하게 내 일을 할 것이고,
둘째, 혹시 잘못되더라도 나는 외벌이가 아니며,
셋째, 내 양심을 팔아가면서까지 비굴하게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고집쟁이의 숨 막히는 생존 전쟁 (밥그릇 싸움)은 계속된다. 살아남으려면 절대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 도와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