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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Nov 29. 2020

미국 집 구하기

집을 구하려고 십일월 초부터 부동산 사이트를 계속 방문했다. 처음에는 날씨가 좋은 곳을 최우선 순위로 두었다. 물론 하와이,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같은 곳이 제일 먼저 생각났다. 하지만 하와이와 캘리포니아에는 다른 곳보다 영이 하나는 더 붙어야 살 수 있는 집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와이에서 그나마 가격이 좋은 집은 화산지대에 위치하고 있었다. 캘리포니아에서 가격에 맞춘 집을 알아보니, 빈 땅, 주차구역, 아니면 모빌 홈 들이 나왔다. 가격에 맞춰서 집을 사려면 하와이에서는 불바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에서는 거지촌에 살아야 한다는 거다. (자본주의의 냉혹한 현실이다.)


그러다가 애리조나, 플로리다, 그리고 버지니아 주를 알아보게 되었다. 애리조나의 날씨나 집 가격은 괜찮은 편인데, 문제는 사막의 풍경에 금방 질려버릴 것 같았다. 까만 땅에 야자나무 한 두 그루, 거기다가 자기가 나무라고 착각하는 정체성 잃은 선인장으로는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나의 욕망이 충족될 것 같지 않았다. 플로리다 반도는 길게 생겼다 보니, 남쪽과 북쪽의 기온 차이가 상당할 것이고, 날씨가 좋은 남쪽은 대부분  땅이 거의 없이 따다닥 붙은 집들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눈독을 들인 주가 버지니아 주였다. 몇 날 며칠을 고르고 골라, 괜찮은 곳을 찾았다. 1시간 거리에 꽤 알려진 4년제 대학이 있고, 땅이 자그마치 7만 5천 평이나 되었다. 집은 부티나게 지은 통나무집이었다.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나는 그곳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엄청난 규모의 땅 때문에 말이다. 남편은 한 달 이내에 비행기를 타고 버지니아를 순방할 계획을 하고 있었고, 나는 남편에게 Top 3 정도의 리스트를 넘기기로 했다. 대지가 큰 그 통나무집의 주소로 이것저것 알아보았다. 그 집이 있는 도시는 카운티 중심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총인구가 158명밖에 되지 않았다. 아이들이 각각 대학과 고등학교에 편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곳 고등학교도 찾아보았다. 다행히 고등학교가 그 도시에 하나 있었다. 그런데 정말 작은 학교였고, 작년 졸업생이 겨우 47명밖에 안되었다. 졸업생들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니, 모두 백인이었다. 그제야 제정신이 들었다. 여태껏 다인종 다문화 학교에 다니다가 갑자기 백인뿐인 학교에서 유일한 동양인이 될 아이가 겪을 문화적 심리적 충격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남편과 통화를 하고, 집 구하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이 다닐 학교, 남편의 직장, 그리고 나를 위한 친자연적 환경이라는 조건들 외에도, 문화와 인종이 다양한 그런 곳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또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다. 언어적으로 가장 다양한 곳은 캘리포니아, 인종 문화 면에서는 하와이, 이런 식으로 여러 주가 소개되었다. 그곳에 애리조나와 플로리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가장 다양하지 않은 주로 나온 곳이 웨스트 버지니아였다. 내가 눈독 들인 통나무집이 버지니아와 웨스트 버지니아의 경계에 있었다.


최근에 인터넷 강의에서 2030년 쯤에는 일본의 3집 중에 1집은 빈집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상속세 부담이 너무 커서 일본 사람들은 상속받은 집이나 별장을 1엔이나 0엔에 거래하기도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혹시 미국에도 그런 집이 없나 궁금했다. 1달러는 아니지만 1000달러에 나온 집들은 꽤 있었다. 미시간 주의 디트로이트에 버려진 집들을 처분하기 위해 정부에서 1000달러에 팔고 있었다. 하나 같이 뼈대만 간신히 남은 오래되고 망가진 집들이었다. 그 집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6개월 이내에 집을 수리해서 거주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말하자면 대지를 1000달러에 사는 거였다. 집을 고치거나 다시 짓는데 엄청난 돈이 들 것이다. 그런데 꼭 금전적인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버려진 동네에 혼자 집을 고쳐 사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정부에서 오히려 그런 집을 사는 사람들에게 돈을 줘야 할 상황인 것 같았다.


어쨌든 미국집 구하기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플로리다나 애리조나 쪽을 더 열심히 알아보아야겠다. 집 구하기는 진척이 없는데, 나흘을 쉬는 동안 윗집은 밤낮없이 뛰었다. 애들이 안 뛸 때는 어른들이 뭔가를 드르륵 긁고, 바닥을 쿵쿵 찧었다. 개 버릇 남 못 준다더니, 최근 좀 잠잠한가 싶었다. 경비실에 인터폰을 누르고 싶은 욕구를 하루에 수 십 번 참으며, 수도승보다도 더 열심히 도를 닦고 있다. 소음으로 가득한 집에서 보내는 휴일은 휴일이 아니다. 그저 극한의 상황에서 끝없이 인내해야 하는 시험의 연속이다. 어쨌든, Life goes on! ( 장기 기증자는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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