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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Jun 19. 2021

우연히 보게 된 교통사고 현장

이사를 하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쯤 동창에게서 전화가 왔다. 멀리서 와 볼 수는 없지만 집들이 선물을 보내고 싶단다. 한창 집에 있는 물건을 정리 중일 때라 사실 아무 선물도 안 고 싶었다. 동창의 성화에 못 이겨 "그럼, 카카오 선물 카드 보내줘!"라고 했더니 동창이 스타벅스 선물 카드를 보내왔다. 요즘 외출할 일이 없으니, 좀처럼 선물카드를 쓸 기회가 오지 않았다.


그동안 온라인 중고거래 앱에 무료 나눔 한다고 글을  올려 보긴 했는데, 오늘은 누가 훌라후프를 무료로 나눠준다는 글이 있었다. 그렇잖아도 하나 구입하려고 하던 중이라 내가 갖고 싶다고 문자를 보냈다. 오후 한 시에 대학병원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고, 나는 집에서 약속 장소까지 걸어갔다. 훌라후프 주인은 약속 시간 십 분 정도 지나서 아이를 데리고 나타났고, 나는 고맙다고 말하고 답례로 마스크 5매를 건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스타벅스가 보여서 동창이 보낸 선물카드를 쓰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다. 주문을 하고 픽업하는 데서 기다렸는데, 내가 주문한 음료는 다 만들어져 나왔는데도 내 티켓 번호를 부르질 않아 약간 짜증스러웠지만 침착하게 기다렸다. 마침내 음료와 쿠키 등을 받아서 스타벅스를 나오는 찰나에 밖에서 "퍽"하고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길건네 세차장 앞에 어떤 차가 멈춰 서 있었다. 세차장 사람들은 마치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는 듯이 하던 일을 계속했고, 자동차에서 내린 나이 든 아저씨는 어딘가에 전화를 하는 듯이 보였다. 그 이후 나이 든 아저씨는 차 앞으로 다가가 뭔가를 살폈다. 길에는 누군가가 쓰러져 있었다. 길바닥에 누워 있던 사람은 운전자 아저씨에 의해 억지로 몸을 일으켰고 세차장 직원들과 운전자의 지시에 의해 길 건너편으로 절뚝거리며 가서 앉았다. 분명 몸의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환자를 저렇게 옮겨도 되나 싶었다. 게다가 멀리서 보니 차에 친 사람은 나이가 꽤 어려 보여 나의 모성 본능을 자극하고 말았다.


119에 일단 전화를 해서 상황 설명을 하고, 위치 설명도 했다. 다행히 이미 사고 접수는 받았는데 나에게 위치를 다시 말해 달란다. 위치 설명을 상세하게 다시 한 후 아직 119가 오지 않았는데 환자를 다른 곳으로 옮겨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윽고 신호등에서 길을 건너 다친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갔다. "괜찮아요?"라고 물었더니 "아파요!"라고 했다. 나는 다짜고짜 현장 사진을 찍어 줄 테니 휴대폰을 달라고 했다. 휴대폰을 들고 사고 현장에 갔더니,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약 3센티 간격으로 나란히 놓여 있었다. 자동차 번호판이 잘 나오게 사진을 여러 개 찍고, 전화기를 돌려주며 "부모님께 전화하세요."라고 했더니 "나중에 할게요"라양했다. 부모님 걱정 끼쳐드리기 싫다고. 나는 사실 큰 일 당하고 보호자 없이 있는 게 더 걱정스러웠지만 남의 일에 너무 참견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윽고 현장에 경찰차가 도착했고 일분 후에는 119 구급차도 도착했다. 119 요원들은 들것이 있는데도 환자를 걷게 했다. 심히 걱정스러웠지만 그래도 경찰도 오고 구급차도 왔으니 나도 집으로 향했다.


집에 오는 길에 슈퍼에 들러서 수박 한 통과 맥주 두 병 그리고 오징어를 샀다. 외출할 때 훌라후프를 담아 오려고 손수레를 가지고 갔기 때문에 장을 보고 물건도 담아 올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아이가 반갑게 맞아 주었고 그제야 온몸의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자랄 때 친정 오빠와 친정 동생이 둘 다 성년이 되기 전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한 명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트럭에 치였고, 한 명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자동차에 치였다. 그래서 그런지 교통사고를 보면 남 일 같지가 않다.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복잡 미묘한 감정이 몰려와서 집에 온 후로도 한참 동안 외출하기 전의 심리 상태로 돌아 올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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