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다
(260320)
남편이 본격적으로 종이접기를 시작했다. 그간 가끔 컴퓨터 앞에 앉아 도안 창을 띄워두고 공룡이나 다람쥐 같은 걸 접곤 했는데, 얼마 전 미래의 예비 커리어로 종이접기 마스터의 길을 택하고 자격증 시험을 치고 온 뒤부터 하루에도 두세 시간씩 고급 종이로 뭔가 복잡한 걸 접고, 본드로 붙이고, 무거운 것으로 누르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손재주도, (글 외의)창작 욕구도 없는 나로선 남편이 만들었다고 내미는 작품들을 보며 대단하다고 칭찬하는 것 외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는데, 어젯밤 드디어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생겼다. 종이접기 유튜버로서의 첫 발을 내딛기 위한 테스트 촬영 환경을 갖춰주는 것이다. 그래봐야 카메라의 위치와 각도를 조정해주고 영상에 잡히는 범위를 마스킹테이프로 표시해주는 것밖엔 한 게 없지만, 바스락거리며 종이를 접는 남편 옆에서 숨죽인 채 내 할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시작에 힘을 실어주는 기분이 들었다.
장장 20분이 넘는 시간이 흘러 남편이 만들고 있는 게 공룡이라는 걸 명확히 알 만큼 완성에 거의 가까워졌을 때, 고요하던 거실에 갑자기 '뚝-'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순간 긴장감에 휩싸여 남편을 바라보니, 왼손엔 공룡의 몸통이, 오른손엔 공룡의 머리통이 쥐어져 있었다. 목 부분을 길게 뽑아내려다 너무 힘이 들어간 모양이었다.
우리는 반으로 동강난 종이공룡을 바라보며 약 2초간 침묵하다 동시에 빵- 웃음을 터트렸다. 허탈한 웃음으로 공룡(이었던 것)을 내려다보는 남편을 향해 나는 깔깔거리며 “시작이 반이라더니, 진짜 반으로 만들어버렸네!”라고 외쳤다.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다면 이 부분을 꼭 쇼츠로 만들어 ‘시작이 반이다’라는 제목을 붙이라는 말과 함께.
커다란 웃음이 한 차례 지나가고, 은은한 웃음기를 머금은 공기 속에서 남편이 새 종이를 꺼냈다. 나는 그를 위해 다시 촬영 버튼을 눌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