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3. 잃어버린 리듬을 찾아서

by 이일리


[weekly illy] 25.05.19-25.05.25



아침 러닝은 장렬히 실패했지만,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하는 멋진 삶에는 언제나 독서라는 행위가 포함되어 있고, 그 중 최고봉은 날 좋은 휴양지에서 느긋하게 책장을 넘기는 것이지만, 놀랍게도 열흘이 훌쩍 넘는 여행 기간 동안 단 한 장의 책도 펼쳐보지 않았다.


애초에 그럴 것을 알고, 그럴 것을 목표로 단 한 권의 종이책도 챙겨가지 않았으나 예스24 어플은 얼마든지 열어보고 들춰볼 수 있었는데도.


그러니까 이게 진짜 나.

그리고 이걸 그리 부끄러워하지 않고 털어놓을 수 있게 된 진짜 진짜 나. 다행스럽게도.


읽은 책을 기록하는 어플로 '북적북적'을 쓰고 있지만 의식하지 않으면 기록하는 걸 잊게 된다. 그래도 올해 읽은 책은 회사 도서관과 예스24의 대출/다운 기록을 보며 입력해두었다. 기록에 따르면 올해는 총 11권, 19.82cm 두께의 책을 읽었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성과여서 좀 놀랐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김지선 작가의 <우아한 가난의 시대>라는 에세이인데, 제법 공감이 많이 됐다. 최근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던 부분을 자주 마주하게 돼서 민망하기도 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멋진 삶, 그러니까 지향하는 삶에 언제나 독서라는 행위가 포함되어 있는 것처럼, 언제부턴가 그 삶에는 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기는 행위 또한 포함되어 있다. 맛있는 음식과 술이라는 영역에는 필연적으로 비싼 지출이 따라붙기 마련인데-


어떤 날을 기념하는 의미로 평소보다 큰 금액을 지불하고 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기는 레벨의 소비라면 재정적으로도, 심정적으로도 얼마든지 납득 가능하지만 평범한 저녁 식사를 조금 더 맛있게 하겠다고 그렇게 적지만은 않은 금액을 일주일에 몇 번씩 지불하는 것이, 그리고 그러기 위해 미리 술을 몇 병씩 쟁여두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내가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는 게 남들에게 '있어보이기' 위함인지 아닌지를 고민하던 시기는 이미 지나버렸으므로 그것에 대해서까지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고,


다만 공짜 술이 좀 생겨 며칠을 저녁 식사에 곁들이고 주변에도 나누며 즐거웠으며, 몇 분 전 '스탠딩바전기'가 사라졌고(1년 전쯤) 사장님이 '실비바파도'를 차리셨다는 걸 알고 지도에 저장해두는 나를 보니 그냥 일상과 비일상을 구분하며 적당히 횟수를 줄이는 걸로 타협하기로 했다는 말 정도로-


'우아한 가난'에 대해서는 마무리해야겠다.

(사실 리듬을 되찾기 시작하면 술 마시는 빈도는 자연스럽게 줄기도 하고.)


1644가 시작되는 오늘은 아침 5km 존2 러닝에 성공했다. 그러니 1643의 리듬을 되찾고자 하는 의지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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