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illy] 25.05.26-25.06.01
잃어버린 리듬을 제법 되찾은 주였다. 월화수목 4일 연속 아침 러닝을 성공했고, 목요일엔 저녁 러닝까지 했다. 회사 사람들과 건강한 점심 식사를 하고 수다를 떨며 풀 근처를 산책했다. 이걸 언제 다 필사하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긴 15분짜리 테드 강의 한 편을 딱 목요일에, 시작한 지 열흘만에 끝냈고 체중도 조금 줄었다. 목요일까지는.
금요일에는 이사를 했다. 둘이 사는 집 치곤 짐이 많지 않다 생각했는데, 잔짐이 많아서 포장과 해체에 한참 걸렸다. 전세금이 생각보다 늦게 입금되어 잠시 초조했지만 돈 문제는 아무 탈 없이 잘 끝났다. 다만 새로 이사한 집에 수납공간이 너무 적어, 넣지 못한 짐들이 발 디딜 틈 없이 온 집안에 쌓였다. 옷이 제법 들어있던 낡은 옷장을 버리고 오는 바람에 더 그랬다. 사람에 치이고 짐에 치이느라 힘겨웠지만 그래도 잘 이겨냈다.
일요일에는, 오후까진 좋았다. 산책과 러닝을 하며 꽃과 풀과 나무를 맘껏 즐겼고, 오이 샌드위치를 만들어 아이스 커피와 함께 먹었다. 잔뜩 쌓인 옷짐을 행거에 차곡차곡 걸어 정리해서 집의 어수선함도 한결 덜었다. 저녁 메뉴도 정했고, 식사에 곁들일 술도 마련되어 있었다. 그러나 마음대로 잘 안 되는 일이 있었고, 그 때문에 한층 피로하고 예민해진 채로- 어떠한 다툼을 겪었다. (남편이 아닌 다른 이와.)
그 때문이다. 충분히 좋았던 지난 한 주를, 좋'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게 된 게.
결혼, 이사, 수납 공간이 없어 가구가 배송오기 전까지 정리할 수도 없이 마냥 엉망인 집, 당장 망할지 말지의 기로에 서 있는 회사와 곧 있으면 세 달째 체불되는 월급. 너무 많은 변화와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도 큰 타격 없이 잘 지내왔는데, 딱 한두 가지의 짤막한 사건만으로 이렇게 마음이 엉망이 되다니.
오늘 아침 출근길, 어른이면 어른답게 구시고, 제발 좀 알아서들 하세요, 라는 길고 긴 이야기를 예의바르고 곱게 포장해 작성하면서 지하철을 두 번이나 잘못 탔다. 이사 후 첫 출근이라 길을 헷갈린 게 아니었다.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회사가 실제로는 A역에 있는데, 머릿속으로 B역에 있다고 착각한 것이다. 그 착각을 바로잡는 데에 제법 긴 시간이 걸렸다.
도독 도독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회사까지 걸어오면서, '이 와중에 비까지 맞는다고?'라고 생각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스스로를 불쌍하게 여기거나, 억울함에 휩싸여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 얼마나 본인을 망치는 일인지 잘 알고 있으므로. 쉽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쉽지 않다고 생각할 기력을 만들어내는 것도 쉽지 않았으므로 그냥 그러기로 했다.
점심 시간을 혼자 보낼까 하다가, 평소처럼 사람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그 중 한 명과 함께 산책을 했다. 적당한 대화를 주고 받으며 한 시간 가까이 걷다보니 조금 기분이 나아져서, 돌아오는 길에는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아주 단편적으로 했다. 그랬더니 그 분이 나에게 어른이네요! 라고 말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을 마주치며 맞아요, 저 엄청 어른이죠, 라고 톤을 높였고 그 분은 꺄르르 웃으며 진짜 어른이네요! 라고 답했다.
그리하여,
이번 주간 일기의 제목은 '좋았는데,'에서 '어른'이 되었다. 좋았는데, 가 내 상태를 좀 더 명확히 설명해주기는 하지만, 나중에 글의 제목들을 쭈욱 훑어볼 때 긍정적인 감정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편이 훨씬 좋을 것 같아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있고 여전히 스트레스 받는 환경 속에 있지만 나의 기분과 태도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지. 이 글의 제목을 고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