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3-1654. 친구들을 만났다

by 이일리


[weekly illy] 25.07.28-25.08.10



7월 한 달은 한가로웠으나 8월의 열흘은 게을렀다. 내가 선택한 게으름이었으나 내가 예상하지 못한 이유로 게으름이 좀 길어졌다. 운동도, 건강한 식사도, 영어 공부도 모두 멈췄다. 일종의 여름방학을 누린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주 오랜만에 두 번의 토요일 모두 누군가를 만나는 것을 목적으로 외출을 했다. 특히 지난주 토요일에는 나의 오랜 친구들을 만났는데, 되짚어보니 마지막으로 '친구'를 만난 게 두 달도 더 전 일이다. 시간이 이렇게나 많은 와중에. 나의 사교 비친화적 성격에 새삼스레 다시 한번 놀라게 되었다.


친구들과의 만남은 배로 특별했다. 내가 가장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친구 둘과 만나는 자리였는데, 그 둘은 지난번 내 결혼식에서 안면을 튼 이후 정식으로는 처음 만나게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내가 먼저 주선한 게 아닌, 친구들이 원해서 모이는 자리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 둘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니. 이보다 더 기쁠 수가.


당연히 즐거운 만남이 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생각보다도 더 많이 즐겁고 유익했다. 그 중에서도 즐거웠던 건 친구들이 (특히)대인관계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를 새롭게 알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둘 다 오랜 시간(최소 10년 이상-이렇게 적고 보니 정말 대단하구나...-)을 알고 지냈기 때문에 상대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게 영 틀린 건 아니겠지만 사람이 얼마나 입체적이고 다양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달까. 역시 나 자신에 대해서도 다시 돌아보며 새로운 부분을 알게 되었고.


친구는 다른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내가 그리 게으르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온 건 아니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고 했고 나는 이 이야기에 몹시 공감했다. 주간일기를 쓰려고 지난 한 주 간 있었던 일을 되짚어볼 때마다 그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친구들에게 받은 에너지를 떠올리면서 다시 한가로운 생활로 돌아가야지. 게으름은 이만하면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1652. 다 잘 될 것 같은 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