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6. 두 술에 배부르다

by 이일리


[weekly illy] 25.08.18-25.08.24



지난 주간일기에 썼듯 두 번째 회사에 서류 합격했고, 1차 면접이 잡혔다. 그리고 붙었다. 이내 2차 면접이 잡혔고, 열심히 준비했다. 면접이 꽤나 빡빡할 것이었기 때문에, 정말 일해보고 싶은 직무였기 때문에, 1차 면접으로 봤을 때 2차 면접에서도 합격할 가능성이 제법 보였기 때문에, 내가 살면서 일해볼 회사 중 어쩌면 가장 규모가 큰 곳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심지어는 집과도 가깝기 때문에, 그러니까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없을 거라는 불안한 확신 때문에. 정말 후회 없을 만큼 열심히 준비했다.


결국 합격 연락을 받았다. 지난주 기대한 것처럼 정말로 두 술에 배부른 셈이다. 덕분에 기분 좋은 주말을 보낼 수 있었다. 가족과, 몇 명의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이야기를 전하고 축하를 받았다. 한편으로는 지난번 회사처럼 혹시라도 갑자기 포지션이 닫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불안하기도 했다. 월요일인 오늘은 거의 하루종일 초조해하며 보냈고, 다행히도 하루가 끝나기 전 오퍼콜을 받았다.


오퍼콜을 받은 것만으로도 안심이 됐는데, 제안받은 연봉 조건도 제법 좋았다. 내가 말한 희망연봉이 기본급으로 전부 반영되었고, 입사 시기 상 내년도 연봉협상 대상자에 포함되어 연봉 인상은 물론 인센티브 지급 대상자까지도 모두 해당됐다. 주말 간 '내년도 연봉협상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연봉을 더 올려달라'고 요청하는 메일 초안을 작성해 몇 번이나 수정해둔 게 무색하게도 말이다.


회사 생활을 그리 오래 하지는 않았지만 이직할 때마다 두세 곳의 면접을 보고 그 중 한 곳 이상에서 합격 통보를 받아 회사를 결정했는데, 그 공식이 이번에도 적용돼서 좀 재밌다. 스스로가 면접의 달인처럼 느껴진달까. 물론 이번엔 운이 정말 많이 따라줬다. 약간 뭐랄까, 온 우주의 기운이 나를 이쪽으로 이끈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간 내가 쌓아온 조금은 독특할 수 있는 경험과 경력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지만 결국에는 최근 벌어진 최소한 세 가지 이상의 조건이 맞아떨어지지 않았더라면 이 회사에 합격은커녕 지원도 안 해봤을 거라.


이미 벌어진 일들을 제법 긍정적으로 여기는 나지만 그래도 이직 한번 하는 걸로 왜 우주의 기운까지 나오냐 묻는다면 이번 이직은 정말로 나의 어떤 한계를 뛰어넘은 느낌이라서.


지지난 회사에서 지난 회사로 옮길 때의 최대 목표는 산업군을 바꿔서 앞으로의 내 커리어 방향성을 트는 거였는데 이번 이직 준비하면서 그게 실제로 먹혔고(근무 이력이 매우 짧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규모나 특성상 내가 뽑히기에는 어려울 거라고 판단해 맘속으로는 무조건 서류 탈락일 거라고 여겼던 회사에 몇 차례의 진득하고 빡빡한 면접까지 거쳐 좋은 성적으로 합격을 한 데다 연봉 후려치기도 당하지 않았으니(회사 입장에선 낮은 연봉일 수 있지만 내 기준에서!) 이건 정말 기념할 만하다.


지난주 금요일 합격 소식을 듣고 이번주에 사람 만나는 약속을 몇 잡아두었다. 아직 이 소식을 알리지 않은 상대도 있고 알린 상대도 있는데, 어떤 사람이든 그들이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반가워해줄 것임을 알아서 벌써 고맙고 설렌다. 이번주는 정말 즐겁게 지내야지. (슬슬 운동과 영어 필사도 다시 하고...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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