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illy] 25.09.01-25.09.07
뜨개질을 시작했다. 2주 전쯤 만난 친구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손을 쓰는 뭔가를 하고 싶은데 너무 어렵거나 복잡한 것은 원치 않음'을 이야기했다가 수세미 뜨개질을 추천받았기 때문이다. 친구 말에 따르면 식빵 같은 모양의 수세미는 뜨기에 그렇게 어렵지 않아 초보도 쉽게 만들 수 있고, 주변에 가볍게 선물하기도 좋다는 것이다. 두 가지 이유 모두 내가 찾던 취밋거리에 부합했기에 며칠 뒤 바로 수세미실을 주문했다.
물론 수세미실을 받아본 날로부터 실제로 뜨개질거리를 완성한 날은 열흘 정도는 떨어져 있다. 무엇이든 주문하면 다음날 바로 가져다주는 쿠팡이라는 무시무시한 시스템과 조심성없는 나의 성격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당연히 수세미를 뜰 것이기 때문에 쿠팡에서 수세미실을 주문했다. 비슷한 파란 톤이지만 조금씩 다른 색이라 매우 마음에 들었다. 다음날 수세미실이 도착해서 잔뜩 들뜬 마음으로 뜯어보았는데 코바늘이 들어있지 않았다. 나는 당연히 코바늘이 들어있는 세트일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엔 코바늘세트를 주문했다. 다음날 코바늘세트가 도착해서 이제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들뜬 마음으로 유튜브에서 왕초보용 수세미 뜨기를 검색해 따라해보려는데 웬걸, 수세미실이 너무 가늘고 잔털같은 게 많아서 도저히 무슨 줄이 무슨 줄인지 알아볼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수세미용 실이 아닌 일반 연습용 적당한 굵기의 뜨개실을 또 주문했고, 그게 도착하고나서야 뜨개질 연습을 시작했다. 물론 뭐라도 떠지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며칠이나 지난 뒤였다. 왜냐면 난 원래 손으로 뭘 하는 데에 솜씨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왜 꾸역꾸역 자꾸 시도하는지 모르겠다. 이건 아주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초등학교 때 내가 신청해서 진행한 프로그램만 서예, 십자수, 퀼트, 소묘, 테디베어 만들기 등이 있고 이 중 끝까지 완료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아무튼 왕초보용 원형 수세미 뜨기 영상의 맨 앞 8분 정도를 80분 정도나 돌려보고 난 뒤에야 겨우 다음 단계로 넘어갔고, 결국 연습용 실로 어찌저찌 얼렁뚱땅 구멍 숭숭 원형 수세미를 두 개나 만들어냈다. 하나는 동영상에서 말해준 크기, 다른 하나는 그것보다 조금 더 큰 크기로. 사실 하나 더 만들다가 뭔가를 잘못해서 뻣뻣하게 펴지지 않고 자꾸 안으로 말려들어가기에 그냥 작은 인형의 모자를 만든 셈 쳤다.
두 개의 원형 수세미를 만들고 다시 수세미용 실에 도전했는데 아직은 무리였던 건지 금방 한계에 부딪혔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할 만했으니 몇 번 더 만들어보면 수세미용 실로도 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그때까지 수세미 뜨개질을 취미로 가져갈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걱정거리지만...)
손을 이렇게 저렇게 몇 번 움직였더니 이런 결과물이 짠 하고 나왔다는 사실에 너무 기뻐서 주변에 자랑을 하고 주말에 만난 친구에게는 (갖고 싶다고 하면)선물할 마음으로 두 개 모두 챙겨갔는데, 친구는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그 실 재질은 수세미에 적합하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거기에 조금 실망하면서 동시에 안도했는데, 아마도 내심 '처음으로 만들어낸 소중한 수세미'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가져간 수세미(라고 생각했던 것) 두 개는 카페에서 코스터처럼 잘 사용했기 때문에 남은 연습용 실로 간단한 모양의 코스터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두 달 전쯤엔 빵 만들기와 요리하기에 집중했었는데, 어느새 빵과 요리는 관심에서 사라지고 이제는 수세미라니. 한두 개의 취미를 깊게 파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이것저것 기웃거리다 금방 멀어져버리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도 아예 새로운 취미를 자꾸 자꾸 시도해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영역을 넓혀두면 언제라도 그 일에 재도전할 수 있으니, 이런 사람도 이런 사람 나름의 장점이 있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