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illy] 25.09.22-25.09.28
아주 보람찬 일주일이었다.
일단 7일 중 5일은 아침에 5km를 뛰었고, 2일은 저녁에 3km를 뛰었다. 새 올리브오일을 샀고 오랜만에 당근라페를 만들었고 그것들을 활용해 샌드위치도 만들어 먹었다. 영어 필사도 4일이나 했고 무엇보다, 토요일에는 친구들을 만나 즐겁고 보람찬 시간을 보냈다.
궁금한 전시가 있어 성수에 한번 가긴 해야겠다 싶으면서도 그 인파 속에 고통받고 싶지가 않아서, 또 오직 전시 하나만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쓰기에는 내 열망이 그리 크지 않아서 고민만 하고 있던 터였다. 마침 친구 하나가 주말에 성수에 갈 일이 있다고 했고, 그래서 내가 그럼 나도 그날 나갈테니 만나겠냐고 했고, 다른 친구가 그럼 나도 함께 보자고 해서 토요일에 셋이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스케줄은 이랬다. 일단 점심쯤 만나 소세지와 스프, 스튜, 베이커리 류를 파는 곳에서 맛있는 점심과 커피를 먹고 내가 보려고 한 케이채 작가님의 전시(완더그래피)를 보러간다. 그 뒤에 성수에 용건이 있던 친구를 따라 젠틀몬스터 어쩌고에 간다.
점심에 방문한 카페는 기대만큼 맛있었고 우리는 각자 커피를 두 잔씩 마시며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많이 웃기도 웃었다. 케이채 작가님의 전시는 기대 이상이었다. 시간이 얼추 맞아 작가님이 직접 진행하시는 도슨트까지 듣게 되었는데, 사진에 담긴 의미와 의도를 작가에게 직접 듣는 행운을 누리게 되어 기뻤다. 사진은 정말, 정말 아름다웠다. 정말로. 언젠가 이런 사진을 집에 걸어두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이번에는 책갈피 몇 장만 사고 나오기는 했지만.
젠틀몬스터 어쩌고로 향하는 길에는 마침 친구와 내가 조금 궁금해하기만 했던 '너무 착한데?/너무 별론데?' 전시회장이 있기에 바로 입장해서 구경을 했다. 혼자 와서 이 돈을 내고 이렇게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 이런 내용을 본다고 생각하면 음... 끔찍까진 아니어도 그보다 두 단계 정도 낮은 부정적 감정이 들었을 텐데 십몇 년을 알아온 친구들과 함께 하하호호 낄낄거리며 공감요소들을 나누니, 즐거웠다.
젠틀몬스터에서도 비슷했다. 일단 시작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다 들어가야 하는 구조,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 무엇보다 대체 어디서 미학적 만족감을 느껴야 할지 모르겠는 요상한 구조물들에 잔뜩 굳은 심경으로 들어서 1층을 둘러보고(엄청나게 커다란 강아지 구조물은 좋았다. 숨 쉬는 템포에 맞춰 몸이 들썩이는 게 특히.) 2층으로 올라갔는데, 거기서 대체 왜 이 가격인지 모르겠는 선글라스를 친구들과 함께 껴보고 서로의 얼굴을 보고 웃고 (야 진짜 수상해보인다/너무 미용실 사장님 같은데? 약간 반찬 냄새 날 거 같은데?/나 너무 B사감 같아보이지 않아?) 이것도 써보라며 제안하고 또 다시 깔깔거리는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하다보니 그 공간과 시간에 제법 몰입하게 되었다. (직원들이 모두 -약간은 로봇처럼- 친절했는데 이것도 좋은 인상을 주었다.) 저녁까지 알차게 먹고 러쉬 뮤지컬 공연도 봤는데, 약간의 술 기운도 있었겠지만 그 또한 위와 비슷한 맥락에서 좋았다. 젠틀몬스터에 가자고 한 친구가 러쉬 뮤지컬을 보자고 한 친구인데, 그 친구에게도 무척 고마웠다.
그래서 토요일에 내린 결론은, 이왕이면 기회가 될 때 그게 무엇이든 체험해보자는 것. 내 취향이 아닌 것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사람이 붐비는 곳이 싫고, 내가 이해할 수 없거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는 것에 시간을 쏟는 게 반갑지 않지만 그래도 이번 경험으로 인해 마음을 조금 더 열게 된 것 같다.
* 러쉬의 씻자송이 너무 좋아서 집에 오는 길에도 속으로 열심히 부르고 유튜브까지 찾아보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오늘 우연히 그 음원을 만든 키라라님이 쓴 인스타 글을 보게 되었다. 러쉬에 호감이 생겨버렸다네. 비록 물건 사러는 못 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