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니 로저스 1938.8.21 – 2020.3.20
풍성한 턱수염에 수더분한 인상으로 오랫동안 팝 스타의 지위를 누려온 케니 로저스(Kenny Rogers)의 시간도 어느덧 멈췄다. 말년의 새하얀 턱수염은 1984년의 <We are the World>를 통해 그를 처음 봤을 때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컨트리 팝 스타로 70년대를 풍미했을 당시 거뭇했던 컬러와는 선연한 대조를 이뤘다.
그는 수염 색깔이 바뀔 때마다 음악 스타일도 조금씩 바뀌었다. 60년대 말 컨트리 그룹 뉴 크리스티 민스트렐스(The New Christy Minstrels)에 잠시 재적했던 그는 그룹을 나온 후, 록 밴드 퍼스트 에디션(The First Edition)을 결성해 큰 성공을 거뒀다. 영화 ‘위대한 레보스키’에도 실린 히트곡 <Just Dropped in>으로 그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밴드 해체 후 그는 컨트리 팝으로 전향한다. 그의 턱수염도 어느덧 희끗해지기 시작했다. 컨트리 맨의 친근한 이미지는 이때부터 줄곧 이어진다. 그는 여러 여성 가수들과 듀엣 곡을 부른 것으로도 유명하다. 도티 웨스트(Dottie West), 킴 칸스(Kim Carnes), 시나 이스턴(Sheena Easton) 등 당대의 컨트리, 팝 스타들과 함께 부른 노래들이 연달아 히트했고, 돌리 파튼(Dolly Parton)과 함께 부른 <Islands in the Stream>은 그중 대성공을 거둔 곡이다.
1978년 히트곡 <The Gambler>도 추억의 레퍼토리다. 노랫말에서 도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잡아야(hold)할 때와 접어야(fold)할 때를 알아야 한다’고. 사실 이건 가게 마감시간에 늘 해왔던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