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디 로즈 1956.12.6 – 1982.3.19
블랙 사바스 시절 이후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의 파트너로서 랜디 로즈(Randy Rhoads)를 넘어서는 기타리스트는 없었다. 실력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두 사람은 음악을 뛰어넘어 영혼으로 묶인 한 몸이었다. 랜디의 죽음은 단지 물리적인 공간을 내줬을 뿐 어느 누구도 그 자리를 온전히 채우진 못했다. 망자의 그림자는 산 자를 집어삼키기도 한다.
그는 오지 오스본과 여러 면에서 다른 캐릭터였다. 오히려 그 점이 두 사람을 하나의 완전체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오지는 밴드의 베테랑이었고 랜디는 신인에 가까웠다. 오지는 기골이 장대했고 랜디는 작고 가녀린 몸이었다. 오지는 술과 약물에 탐닉했고 랜디는 오직 담배만을 즐겼다. 오지는 밖으로 불태웠고 랜디는 안에서 들끓었다. 오지는 하얀 드레스의 악마였고 랜디는 검은 재킷의 천사였다. 랜디와 오지는 서로가 대체 불가능한 존재였다. 그들이 함께한 시간은 2년 밖에 안되지만 오지의 히트곡들은 거의 모두 이때 나왔다. <Mr. Crowley>와 <Crazy Train>은 내 청춘의 송가였다. ‘트리뷰트’ 라이브 앨범은 둘의 신화를 또 한번 확인하는 눈물겨운 기념물이다. 음반 재킷 사진에서 플라잉 V 기타와 한 몸이 된 랜디를 오지가 번쩍 들어올리는 모습은 헤비메탈 역사상 가장 뭉클한 장면이다.
영화 ‘다크나이트’ 후반부에서 악당 조커는 배트맨에게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긴다. ‘너는 나를 완성시키니까(You complete me)’. 랜디와 오지 또한 서로를 완성시키는 관계였다. 거기서 탄생한 음악은 사랑보다 더 지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