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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Mar 23. 2023

세월을 보상받은 쿠바 전설

베보 발데스 1918.10.9 – 2013.3.22

  영화 ‘치코와 리타’를 다시 떠올리면 눈 앞이 환해지고 동시에 가슴이 시린다. 이제껏 경험 못한 애니메이션의 화려한 색채감과 그에 버금가는 훌륭한 음악은 예상치 못한 감동을 선사했다. 더욱이 등장인물의 애틋한 사연이 현실에 바탕을 둔 것이기에 감흥은 더욱 깊었다. 쿠바 뮤지션 발데스(Bebo Valdés)가 바로 현실의 주인공이다. 영화음악도 그가 맡았다. 영화가 개봉된 때가 2010년이었으니 무려 90세가 넘은 나이까지 연주활동을 한 것이다.



  그는 50년대까지 쿠바의 유명 클럽에서 악단을 이끄는 재즈 맨이었다. 그곳에서 피아니스트로서 명성을 쌓아갔으나, 쿠바 혁명 발발 후 해외로 망명하게 된다. 사실상 도피였다. 고국 땅에는 아내와 자식들이 있었으나 그는 홀로 유럽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정착하며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 그리고 뮤지션으로서 자취를 감춘다. 그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건 21세기에 이르렀을 때였다. 다큐멘터리 영화 ‘칼레 54’의 사운드트랙에 참여하면서 존재를 알린 그는 이때부터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된다.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는 아들 추초 발데스(Chucho Valdés)와 상봉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이후 스페인 가수 디에고 엘 시갈라(Diego El Cigala)와의 듀엣 앨범, 자신의 솔로 앨범, 빌리지 뱅가드 라이브 등을 발표하며 세계인들에게 전설의 귀환을 알렸다.


  2008년에 아들 추초와 발매한 듀엣 앨범은 그야말로 감동적이다. 두 대의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두 사람 간에 오가는 감정을 상상해본다. 그들은 지난 세월에 대해 보상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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