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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Mar 23. 2023

동료가 너무 앞서 나갈 때

파이프 독 1970.11.20 – 2016.3.22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의 위대함을 새삼 언급하는 대신 여기서는 둘의 우정과 갈등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프로듀서이자 래퍼 큐팁(Q-Tip)과 또 다른 래퍼 파이프 독(Phife Dawg)은 어릴 적부터 함께 커온 친구였다.



  그룹의 음악적 아이디어는 대부분 큐팁으로부터 나왔다. 그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큐팁의 천재성에서 비롯되었으며, 나머지 멤버들은 그 방향에 수긍하고 따라야하는 입장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곡마다 큐팁의 랩이 포문을 열면 파이프의 다음 구절이 뒤따르는 식이었다. 큐팁이 가느다란 미성의 카리스마였다면, 파이프는 보다 경쾌한 음성과 유쾌한 유머 감각으로 맞장구를 치는 식이었다. 적어도 랩에서는 둘 간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취향의 문제겠지만 외모의 차이는 분명했다. 큐팁이 준수한 체격에 댄디한 옷차림이었던데 반해 파이프는 뚜렷하게 작은 키에 늘 야구모자를 쓰고 나타났다. 확실히 둘은 대비가 되었고 그것은 곧 그룹의 개성이 되었다. 90년대 후반에 이르러 둘 간의 갈등과 반목은 그룹의 해체로 이어진다. 어쩌면 큐팁의 역량이 너무 뛰어났던 게 문제의 근원일지도 모른다. 더욱이 친구였기에 오히려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파이프의 내적갈등 또한 결별에 한몫 했을 것이다. 큐팁이 계속해서 독립적으로 활동할 때도 건강이 안 좋았던 파이프는 그렇지 못했다.


  2011년에 나온 그룹에 관한 다큐멘터리에서도 둘은 여전히 서로에 대한 아쉬움과 오해를 품고 있는 것 같았다. 그룹에게 영광의 그늘이 있다면 그건 파이프 독의 속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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