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워커 1943.1.9 – 2019.3.22
비주류적 감성으로 컬트적 추종 세력을 낳았던 록 스타 중 스콧 워커(Scott Walker)만큼 수수께끼 같은 인물도 드물 것이다. 워커 브라더스(The Walker Brothers) 시절 비틀스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음에도 돌연 밴드를 해체하고, 솔로 활동 중에는 오랜 잠적기를 거쳐 십여 년 만에 갑자기 컴백하는 등 그의 행보는 정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미국에서 나고 자랐으나 영국으로 건너가 음악활동을 하다가 이후 영국인으로 귀화했다. 많은 영국 뮤지션들이 그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고 거기엔 데이비드 보위도 있었다. 워커 브라더스 해산 후 연이어 내놓은 네 장의 솔로 앨범은 그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곡마다 음울한 정서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저음의 보컬에 덧입혀진 장중한 오케스트레이션은 그러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그 무렵 샹송 가수 자크 브렐(Jacques Brel)에게 깊은 영향을 받은 그는 브렐의 곡들을 불러 앨범에 싣기도 했다. 90년대 이후엔 비주류적 감성이 더욱 심화된다. 1995년 앨범 ‘Tilt’ 라든가, 레오 까라 감독의 ‘폴라 엑스’ 사운드트랙 같은 앨범들은 그의 정체성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도발적이고 실험적이다.
2000년대에 와서도 신출귀몰한 행적은 여전했으며, ‘이 사람이 그 사람이 맞나’하는 의문을 종종 불러일으켰다. 2006년에는 그의 음악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30세기 사나이’가 공개되었다. 데이비드 보위는 이 영화의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그러고 보니 저음으로 노래 부르는 둘의 목소리가 제법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