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젤리스 1943.3.29 – 2022.5.17
에방겔로스 오디세아스 파파타니시우. 오랜만에 반젤리스(Vangelis)의 전체 이름을 불러본다. 한 인간으로서 그의 삶은 끝났지만 인류가 존속하는 한 그 이름은 계속 기억될 것이다. 돌이켜 보면 내 기억 속 한 켠에 그의 이름이 널찍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프로그레시브 록, 엠비언트, 민속 음악, 영화 음악에 이르기까지 그의 음악세계는 광활한 우주만큼 드넓었고 그 안의 별들처럼 우리의 시야에서 빛났다. 특히 2000년대 이후에는 미국 항공우주국, 유럽 우주국과의 음악 프로젝트를 통해 말없이 반짝이며 운행하는 별들에게 음악이라는 언어를 선사하기도 했다. 전자음악의 대가이면서도 그의 선율은 인간의 온기를 품고 있었으며 대자연의 신비를 함축하는 듯했다. 청년 시절 그리스를 떠나 파리, 런던으로 이주하다 이내 전 세계를 누빈 그의 행적은 고스란히 20세기 대중음악의 역사가 되었다. 록 밴드 아프로디테스 차일드, 영화 ‘불의 전차’, ‘블레이드 러너’, ‘1492’, 존 앤더슨과의 합작 앨범, 한일 월드컵 주제곡 그리고 수많은 솔로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그가 선사한 멜로디와 끝없이 중첩되는 사운드의 레이어는 우리를 황홀경으로 이끌었다.
개인적인 추억도 있다. 오래전 <To the Unknown Man>을 라디오 프로그램*에 신청한 적이 있다. 곡명을 염두에 두고 일부러 엽서에 이름을 적지 않았는데 DJ가 ‘이름을 알 수 없는 분’이라며 소개한 것이다. 마치 그가 그려낸 음악의 풍경 속으로 들어간 기분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시절을 추억하고 그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 그 라디오 프로는 <배철수의 음악캠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