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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May 18. 2023

어둠 속의 유희

이언 커티스 1956.7.15 – 1980.5.18

  조이 디비전이 밴드로서 수명을 다한 지도 40년이 흘렀다. 그의 자살로 밴드는 곧바로 해체되고 그 이름은 전설로 남았다. 밴드는 고작 이 년간 활동했으나 그 영향력만큼은 그보다 훨씬 긴 시간동안 이어졌다. 밴드를 기억하고 추종하고 모방하는 자들은 꾸준히 늘었다. 전설은 어느덧 신화가 되었다.


Photo by Rob Verhorst/Redferns


  그 신화를 상징하는 이미지는 뜻밖에도 이언 커티스(Ian Curtis)의 얼굴이 아니라 앨범 속 일러스트다. 검정색 바탕 커버에 흰색 실선으로 그려진 펄사 일러스트는 언젠가부터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되었다. 티셔츠, 에코 백 등 다양한 용품에 활용되어 취향과 멋을 드러내는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그래서 누군가는 힙스터의 록 음악이라 칭하기도 한다. 그들은 가게에서 가장 많은 신청을 받은 밴드 중 하나다. <Love Will Tear Us Apart>와 <Transmission>이 그중 압도적이었다. 깊고 어두운 이언 커티스의 보컬과 음울한 가사는 춤을 추듯 공간을 부유한다. 노랫말의 의미는 정확히 모르더라도 거기엔 어둠, 위기, 압박, 붕괴, 무질서, 통제불능의 정서가 담겨있다. 그의 죽음을 다룬 영화 ‘컨트롤’은 밴드의 음악과 닮았다. 의도적인 흑백화면과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상태는 이언의 마음 속 깊숙한 내면세계를 반영한다.


  그가 사망하고 밴드 멤버들은 약속대로 밴드 명을 미련없이 버렸다. 기타리스트 버나드 섬너(Bernard Sumner)는 밴드 명을 뉴 오더(New Order)로 바꾼다. 뉴 오더는 신스팝 밴드로 거듭나게 되고 뉴 웨이브의 ‘새 질서’를 세우기 시작한다. 그렇게 1980년대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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