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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May 18. 2023

여고미담

김인순 1953 – 1988.5.18

  어릴 적 흑백 TV 브라운관으로 만난 그녀는 소박한 인상에 늘 해사한 웃음을 품고 있었다. 내게는 다정한 옆집 누나 같았다. 그녀의 다정함은 담백하고 꾸미지 않은 목소리로부터 나온다. 때로는 화려한 기교보다 있는 그대로의 톤으로 전하는 노랫말이 더 큰 울림을 선사한다.



  김인순은 ‘딕션’이 좋은 가수였다. 더군다나 가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포크 음악의 경우는 그러한 매력이 더욱 돋보일 수밖에 없다. 그녀와 분위기는 다르나 방의경도 발음이 좋은 가수였고 양희은 역시 그랬다. 김인순은 하이틴 영화의 주제곡을 많이 불렀다. 1975년에 발표한 <여고졸업반>의 인기는 당시 폭발적이었고 <푸른 교실>, <소녀의 기도> 등의 히트곡을 연달아 냈다. 그녀의 노래에는 여고생의 꿈과 우정, 풋풋한 사랑의 설렘 등을 담아낸 노랫말이 유독 많다. 그중 내 마음을 흔든 노래가 하나 있다. 바로 <언니의 일기>다. 가사는 언니의 연애담을 적은 일기장을 훔쳐본 동생의 마음이다. 사랑을 꿈꾸는 언니의 애틋함을 ‘가련하게’ 바라보는 동생의 심정을 김인순은 짐짓 쾌활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또 다른 언니의 입장에서 철모르는 시절에는 그럴 수 있다는 듯 침울해진 동생을 다독이는 듯하다. 그 광경을 상상하며 왠지 모르게 애잔한 마음이 들곤 했다.


  오래전 ‘청년문화창달을 위한 음악 씨리즈 1’이라는 음반에 이 곡이 실린 것을 봤는데 비싸서 구매를 포기한 적이 있다. 언젠가 이 곡을 레코드로 듣게 되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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