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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May 18. 2023

장난감으로 빚어낸 혁명

아우구스투스 파블로 1954.6.21 – 1999.5.18

  입으로 공기를 불며 건반을 눌러 소리를 내는 악기. 아우구스투스 파블로(Augustus Pablo)는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멜로디카를 가지고 레게 음악을 한 단계 끌어올린 인물이다. 플라스틱 장난감 같은 자그마한 악기가 어떻게 당시 자메이카를 비롯해 오늘날 세계 전역에 울려 퍼지게 되었을까?



  그것은 분명 파블로의 음악적 역량 탓이겠지만 어쩌면 심리적인 부분도 한몫 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들이 갖고 노는 물건이 어른의 손끝에 머무는 광경은 때로 기괴하다 싶을 정도의 색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더불어 그 감정의 이면에는 희미한 해방감도 함께 묻어 있다.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에 찾아오는 모종의 희열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파블로의 음악은 어딘가를 늘 갈구하는 듯했고 구도적인 자세를 견지했다. 그는 자신이 믿는 라스타파리를 실현시키기 위한 도구의 하나로 그것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그의 연주가 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Java>는 초창기에 발표됐으나 여전히 그를 대표하는 곡이다. 그는 여러 건반 악기를 다룰 줄 알았고 훗날 드럼 머신을 활용하기도 했던 진보적인 멀티 플레이어였다. 덥Dub 음악의 개척자 중 한 명인 킹 터비(King Tubby)도 그와 함께 몇 장의 앨범을 제작했으며 사실상 자메이카의 거의 모든 뮤지션들이 그와 함께 콜라보를 이뤘다.


  그의 전성기는 1970년대 내내 지속되었다. 80년대 이후 그의 활동이 이전보다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건강상의 이유라고 전해진다. 5월의 찬란한 햇살 아래서 듣는 그의 가냘픈 멜로디카 소리가 더욱 구슬프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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