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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Jul 16. 2023

펑크는 태도다

앨런 베가 (수어사이드) 1938.6.23 – 2016.7.16

  음악을 잘하기 위해 미대에 들어간다는 우스개가 있다. 실제로 뛰어난 뮤지션들 중에는 미술을 전공한 자들이 많다. 애초에 음악적 재능이 남다르기에 미술에도 소질을 보인 것인지, 미술 공부가 음악적 아이디어를 불러일으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둘 사이에는 예술적 영감이 오가는 비밀의 통로가 분명 존재하는 것 같다.

앨런 베가(Alan Vega)는 설치 미술, 회화, 드로잉 등으로 뉴욕에서 인정받는 비주얼 아티스트로 활동하다가 서른 살에 이를 무렵 음악에 투신했다. 그의 동료 마틴 레브(Martin Rev)와 함께 2인조로 결성한 록 밴드 수어사이드(Suicide)는 펑크 록의 프로토타입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들은 당시 미국 사회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키치적 감성을 토대로 사회고발적 메시지를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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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에 발표된 데뷔 앨범의 <Ghost Rider>, <Frankie Teardrop>은 지금도 펑크 록의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두 번째 앨범부터는 기존의 전자음악적 요소를 강화한 신스팝 성향의 곡들을 선보였다. 그럼에도 그들이 펑크 록 밴드로서 변함없는 지지를 받았던 까닭은 메시지와 행동의 일관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앨런은 특유의 고집과 거침없는 행동을 통해 펑크가 음악 장르이기 전에 삶의 태도라는 점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몇 년간 지속된 솔로 활동에서도 장르적으로는 1980년대의 전형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받아들였지만 기본적인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평범을 거부하며 때로 기괴하고 엉뚱한 발상으로 치닫는 앨런의 앨범들은 분명 그의 미술작품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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