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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Oct 04. 2023

더 탈 수 없을 때까지

재니스 조플린 1943.1.19 - 1970.10.4

  어느 작가의 문구처럼 그녀는 꽃이 아닌 불꽃의 삶을 살다 갔다. 꽃도 언젠가는 시들고, 불꽃 또한 활활 타오르다 어느 순간 사라지듯 소멸의 시간은 예외 없이 찾아오나 둘을 가르는 결정적 차이는 삶의 태도일 것이다. 재니스 조플린은 음악이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내다보며 자신을 거기에 내던졌다. 그녀가 록 음악에 투신한 순간 그 세계는 섬광처럼 빛났고 거대한 분화구가 일어났다. 시간이 흘러 불꽃은 자취를 감췄으나 그것이 활활 타오르던 세상은 이전과 달라졌다. 록 음악의 지형은 그녀로 인해 그렇게 변화했다.


westchestermagazine.com


  어쩌면 그녀 또한 누군가의 꽃이 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죽기 전 한 남성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고 한다. 더욱이 앨범 ‘Pearl’의 발매를 준비하며 의욕적인 활동을 예고하고 있었다. 불의의 사고로 스물 일곱의 나이에 세상과 이별하지 않았다면 그녀의 삶은 또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러한 상상조차 부질없게 만들 만큼 생전에 남긴 업적들이 워낙 압도적이다.


  그녀는 블루스에 기반한 창의적인 해석을 통해 원곡의 에센스를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렸다. 조지 거쉰의 <Summertime>을 그렇게 격정적으로 부른 가수는 일찍이 없었고, 소울의 고전 <Piece of My Heart>는 한편의 록 오페라로 다시 태어났다. 컨트리 송을 리메이크한 <Me and Bobby McGee>, 문독(Moondog)의 <All is Loneliness> 역시 그렇다. 오직 그녀만이 그렇게 부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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