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동물원) 1964.1.22 – 1996.1.6
그가 세상을 떠난 지도 어느덧 25년이 지났다. 돌이켜 보면 인생의 길목마다 김광석의 노래가 곁에 있었다. 그의 목소리에 기대 숱한 밤들을 보내며 위로와 용기를 얻었기에 나는 성장의 터널을 무사히 지나올 수 있었다. 때로 정체모를 불안과 슬픔이 영혼을 덮칠 때 그것의 실체를 살피고 스스로를 관조할 수 있도록 북돋웠던 건 그의 노래가 지닌 힘이었다. 그는 우리들 청춘의 멘토였다.
<이등병의 편지>와 <서른 즈음에>가 유난히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건 이 땅에 사는 이십 대 청춘의 결정적 순간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빛나는 젊음을 뒤로하고 군대를 가야하는 시간, 그 젊음 마저도 서른이라는 나이를 맞아 곧 사라진다는 사실 앞에 그 누구도 선뜻 담담해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건 연애의 실패로 인한 실연의 아픔 따위와는 비교가 안된다. 가슴 속 더 깊은 곳에서 울리는 감정이다. 새삼스럽지만 <서른 즈음에>의 가사엔 ‘서른’이라는 말이 없다. 마흔 즈음에, 심지어 예순 즈음에 들어도 노래가 주는 감흥은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보편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곡이 수록된 4집 앨범은 한국에서 LP 생산이 끝날 무렵인 1994년에 나왔기 때문에 음반이 상대적으로 귀한 편이다. 그토록 귀한 탓에 시간이 지날수록 희소성은 더욱 커져갔다. 게다가 2010년대 이후 LP 붐을 타며 오리지널 음반 가격은 한없이 치솟고 있다. 그는 인생의 무상함 속에서 피어나는 상실감을 노래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뭔가를 계속 채워가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