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 길레스피 1917.10.21 – 1993.1.6
소식이 뜸해진 노장 뮤지션들이 문득 궁금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가끔 음반 재킷에서 답을 얻는다. 그렇게 파블로 레이블과 친해졌다. 그곳에선 카운트 베이시(Count Basie), 아트 테이텀(Art Tatum) 같은 노장들이 커버 사진 속에서 해사하게 웃고 있었다. 그들은 저마다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한순간에 멸종된 공룡처럼 사라질 리가 없다. 파블로는 그들의 안식처이자 도약의 발판이었다.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도 당시 그곳의 주요 ‘유닛’이었다. 조 패스와의 살벌한 연주 배틀이 담긴 ‘Dizzy’s Big 4’ 앨범도 그 시기에 나왔다. 1977년에 발표된 ‘Free Ride’는 그에게 매우 이례적인 앨범이다. 드라마 ‘미션 임파서블’의 주제곡으로도 유명한 랄로 시프린(Lalo Shifrin)이 앨범의 작곡과 프로듀스를 맡고 세 명의 기타리스트가 함께 모였다. 레이 파커 주니어(Ray Parker Jr.), 리 릿나워(Lee Ritenour), 와 와 왓슨(Wa Wa Watson)이 그들이다. 실로 선물 같은 세션이다. 그는 변화된 세상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재즈의 살아있는 전설이 젊은 세대와 어울리는 풍경은 언제나 아름답다. <Unicorn>을 처음 들었을 때의 놀라움과 흥분이 아직도 생생하다. 펑키 그루브가 넘실대는 그 현장에 그의 트럼펫이 있었을 줄이야.
‘비밥의 창시자’ 혹은 ‘아프로 쿠반 재즈의 개척자’로서의 디지 길레스피도 좋지만 가끔은 이런 속시원한 한방이 필요하다. 과거의 명성과 역사성에만 의존하여 재즈를 들으면 이 같은 의외의 즐거움을 만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