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페트루치아니 1962.12.28 - 1999.1.6
영화 ‘일 포스티노’의 마이클 래드포드 감독이 2011년에 만든 다큐멘터리 ‘미셸 페트루치아니(Michel Petrucciani): 끝나지 않은 연주’는 극영화 보다 더 극적인 그의 삶을 다룬다. 그가 사귀고 결혼했던 네 명의 여성들이 증언하는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에 대해 갖고 있던 선입관과 편견들이 사정없이 무너지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한마디로 그는 멋있는 남자였다.
이미 그 자체로 빌 에반스의 섬세함과 오스카 피터슨의 화려함에 비견될 만한 실력이지만, 막상 실제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본다면 음악적 감동을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그 무엇을 느끼게 될 것이다. 눈으로 꼭 봐야만 한다. 피아노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것 같은 안쓰러움과 불안감은 연주가 진행되면서 어느새 눈 녹듯 사라진다. 오히려 그는 피아노를 집어 삼켜버릴 것 같은 거인의 모습으로 변하며 입이 쩍 벌어지는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그것은 여든 여덟 개 목재 건반 하나하나를 연료로 삼아 온몸을 불사르며 얻어내는 지독한 아름다움이다. 실제 공연장에서 본다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지인 중 한 명은 그의 공연을 우연히 봤는데, 예상치 못한 연주자의 겉모습에 한 번 놀라고 연주가 워낙 압도적이어서 두 번 놀랐다고 했다. 음반으로 듣는 미셸의 연주 또한 경이롭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진출 후 블루노트 레이블에서 발표한 ‘Playground’ 같은 공인된 명반도 좋고, 개인적으로는 80년대 초반 파리시절 앨범들에 더 애착이 간다. 치열한 생동감은 그때가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