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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의 품격

루 롤스 1933.12.1 – 2006.1.6

by 황세헌

90년대 초, 루 롤스(Lou Rawls)는 블루스 고전을 부르는 초로의 신사였다. 그 당시 처음 구입한 음반이 1993년 앨범 ‘Portrait of the Blues’이었다. 그때만해도 그를 온전히 블루스 뮤지션인 줄로만 알았다. 실제로 데뷔 당시만해도 그의 주요 레퍼토리는 재즈와 블루스였다. 1963년 앨범 ‘Black and Blue’가 그 시절의 대표작이다. 나지막이 깔리는 저음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그의 보컬은 블루지한 감성과 근사하게 어울렸다.



그가 소울, 디스코 시대에도 맹활약했다는 것을 안 건 한참 후였다. 그는 한때 필라델피아 소울의 중심인물이었다. 매력적인 그의 보이스를 필라델피아의 유명 콤비 프로듀서 갬블 앤 허프(Gamble & Huff)가 가만 놔 둘리 없었다. <You’ll Never Find Another Love Like Mine>은 찬란했던 그 시절을 대표하는 히트곡이다. 그 밖에도 그는 <See You When I Git There>와 <Lady Love> 등 꿈결 같은 멜로디가 가득한 곡들을 선보였다. 보컬리스트로서 그의 범위는 재즈, 블루스, 가스펠, 소울, 스탠더드 팝에 이르기까지 매우 넓었다. 게다가 곡 전주부에 은은하게 내뱉는 독백은 노래의 품격을 높이고 상상력을 자극하게끔 한다. 이 방면의 대가인 배리 화이트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루 롤스의 노래들은 운영했던 가게의 분위기를 한껏 고양시키는데 기여했다.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곡은 1987년에 발표한 <Family Reunion>이다. 70년대를 함께 풍미했던 갬블 앤 허프와 다시 손잡고 만든 이 곡은 그리운 시절에 대한 추억과 회한이 서려 있다. 80년대가 저물 무렵 다이안 리브스(Dianne Leaves)와 함께 부른 <At Last>의 리메이크도 빼놓을 수 없는 감격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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