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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Feb 02. 2023

개썅마이웨이

시드 비셔스  1957.5.10 – 1979.2.2

  시드 비셔스(Sid Vicious)는 존재 자체로 장르가 되어버리고, 스스로를 내던짐으로써 마침내 그것을 완성시켰다. 펑크 록과 한 몸으로 지내다 짧은 생을 마감할 때도 역시 그답게 떠났다. 펑크는 음악의 형태이기 전에 삶에 대한 태도라는 것을 몸소 증명해냈다.


Sid Vicious & Nancy Spungen / ABC


  악기를 배운 적 없음에도 섹스 피스톨스의 두 번째 베이시스트가 된 그는 곧바로 밴드의 심볼이 되었다. 밴드의 리더는 조니 로튼(Johnny Rotten)이었으나 무대에서는 그가 주인공이었다. 그는 음악으로만 설명될 수 없는 존재였다. 그의 베이스 기타는 때로 악기가 아닌 관객을 향한 무기가 되기도 했다. 어느 날 그는 미국에서 날아온 낸시라는 여성을 만나 인생의 연인이 되나, 둘은 끝내 파국을 맞게 된다. 이 시기를 다룬 영화가 알렉스 콕스 감독의 ‘시드와 낸시’다. 조니의 탈퇴로 밴드가 해체된 후 그는 솔로 가수로 활동한다. 주로 리메이크 곡들을 불렀는데 그 중에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도 있었다.


  이 곡만큼 그를 상징하는 것도 없다. 멜로디와 가사는 거의 그대로인데 이 아름답고 점잖은 스탠더드 팝은 그에 의해 ‘잔혹하게’ 해체되고 뒤틀린다. 그건 원곡에 대한 조롱 섞인 도발이었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자신을 합리화하는 위선 따위는 꺼지라는 듯 그는 울부짖는다. 그 성난 절규는 ‘개썅마이웨이’ 선언으로 탈바꿈하는 아찔한 반역의 순간이었다. 펑크는 이런 것이라고 온몸으로 내지르는 함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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