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의 불꽃 1탄
누군가는 천둥처럼 등장하고,
누군가는 바람처럼 사라진다.
하지만 이 세상 어딘가에는,
아무도 보지 않아도 조용히 타오르는 불이 있다.
그건 스포트라이트 아래 있는 불이 아니다.
그건 박수갈채 속에 있는 열정이 아니다.
그건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타오르는 불이다.
도장(무도관)에는 늘 그런 한 사람이 있다.
시끄럽지도 않고, 요란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가 먼저 와서 바닥을 닦고,
조용히 준비하고, 땀 흘리는 사이,
도장은 숨을 쉬고, 온기를 얻는다.
신입이 오면 말없이 시범을 보이고,
고수가 오면 더 묵직하게 자세를 가다듬는다.
그 사람 때문에 도장은 무너지지 않는다.
그 사람 때문에 초보는 버틸 수 있고,
그 사람 때문에 고수는 자신을 돌아본다.
쇼맨십도 없고, 화려한 기교도 없지만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도장의 ‘기운’을 붙잡아주는 사람.
그게 바로 도장의 불꽃이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넘어져도, 흔들려도, 부서져도,
“그래도 난 아직 여기 있어”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화려하지 않아도, 보이지 않아도,
내 자리를 지키며 타오를 수 있는 사람.
내가 실패를 거듭하며 세상에서 잊혀져 갈 때,
누군가는 내가 끝났다고 생각했겠지만,
나는 일기장에 꾹꾹 눌러 적었다.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그 한 줄이,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내 안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는 고백이었다.
내가 나에게 보내는 작은 생존 신호.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바로 그 한 줄이
도장의 불꽃을 다시 타오르게 한 시작점이었다.
도장의 불꽃은 결코 누군가를 이기려고 타오르지 않는다.
그 불꽃은 ‘지속’ 자체가 목적이고, 존재 방식이다.
자기 스스로 지핀 불이기 때문에 꺼지지 않는다.
그 불은 타인을 밝히기도 하고,
자신을 다시 데우기도 한다.
나는 지금 그 불꽃을 다시 지피고 있다.
지켜보는 사람은 없다.
도와주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서운하지 않다.
다시 내 가슴에 불을 붙일 사람은
오직 나뿐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리고 그렇게 붙인 불은,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의 어둠에
조용히, 작게, 그러나 분명한 온기를 건넬 것이다.
이 불은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한 불이자,
누군가에게 '나도 다시 타오를 수 있구나'를 보여주는 불이다.
아직은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
도장의 불꽃은,
조용히, 그러나 끝까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테니까.